단체활동, 단체생활이란 뭘까?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은 흔히 내무실에서의 강압적인 전체활동, 연병장에서 오와 열을 맞춰 딱딱하게 각을 잡고 한 곳만을 바라보는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선생님을 향한 조회, 역할을 나누어 청소를 했던 경험, 운동회나 소풍 따위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른이 되어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돌이켜보면 대개 좋은 기억으로 남는것들이 많지만 막상 현재 몸담고 있는 대학교, 직장에서 단체활동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단어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무엇이 다를까. 내가 단지 어른이 되었다는 것 뿐인가. 어린이들에게 단체활동은 낭만적이고 신나는 것이지만 어른들에게 단체활동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지배수단이라는 말인가.
이번 겨울 '시골살이 겨울맛보기'에서 초등학생들 12명을 대상으로 단체활동이라는 것들을 진행하고 나니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을 이끌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만들려는 것이 부담이 됐었다. 덜 강압적인 뉘앙스로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 다수가 정한 방식과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12명 중에 한두명은 하기싫다고 빠지겠다고 꽥꽥댄다. 그렇다면 12명 모두가 100프로 동의하는 방법은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 설령 그런게 있다고 하더라도 30분이나 한시간이 넘어가면 슬슬 이탈자가 발생하고 지루하다고 꽥꽥대니까... 어쩌라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나만의 방법은 이러하다.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몇개뿐이고 나머지 프로그램은 참여하고 싶은 사람만 참여한다. 하기싫거나 의욕이 없는 사람은 하지않고 각자 하고싶은 것을 찾아서 하거나 그런게 없다면 옆에서 구경하도록 한다. 의욕이 가득 차 있는 다수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재밌게 진행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만약 참여하는 아이들이 정말 즐기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매력적이라면 옆에서 구경하던 아이들은 마음이 서서히 바뀌어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의견을 낼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일들은 자주 일어난다. 여기서 중요한건 진행자의 태도이다.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강요할것이 아니라 관심있는 아이들과 충분히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데 집중하는데 참여자와 비참여자의 선을 가르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참여하지 않겠다는 아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낼것도 없거니와 나중에 마음을 바꾼다고 해도 언제든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단체활동이란 그래야 하는게 아닐까. 개인의 자율성을 깡그리 무시하지 않으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태도. 그것이 단체활동, 단체생활을 주도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자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