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완 Oct 21. 2015

긴 여행을 시작하다

제목에 긴 여행이라고 했는데 긴 여행이 될지 짧은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무작정 긴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써버렸다. 괜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어떤 큰 작업이나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을 할 때, 첫 시작을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드러내는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삶에는 변수가 너무 다양하여 바뀌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 힘을 주고 시작해버리면 그것을 주워담기위해서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도달지점에 안착하지 못했을 경우엔 스스로에게 민망하기 때문이다. 1부터 시작해서 어떤 일이 100에서 끝난다면 50정도 진행되고 있다면 '나 무언가를 시작해서 하고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고보면 하다 중간에 그만두어버리는 경우가 꽤 많았나보다. 


나는 올해 8월말 3년 반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직장이 나에게 무엇인지 많은 생각들을 해봤는데 어떤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내게 직장이란, 직업과 내가 사랑하는 가치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을 어렴풋이 알게된다면 나라는 인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어보였다. 거창한 말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꽤나 안정적이고 편하고 적당히 즐겁고 저녁이 있는 생활을 보장해주는 그런 직장이 한국에서 그리 흔하진 않기때문에 고민도 했다. 그래도 선택하는 타이밍은 이제까지 살면서 별로 놓쳐본 적이 없다. 그 타이밍이란 순전히 감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모든게 다 첫경험이기 때문에 모든 신경을 동원해서 절묘한 타이밍을 가로채야만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간이 흐른뒤에 알게된다. 흔히 말하는 '역사가 평가해준다'는 것. 아놔.. 이렇게 자신있게 말했지만 늘 고민되고 초조해지는 순간순간이다. 어쨌든 나는 9월부터 아무런 소속이 없는 자유의 신분이 되었고 1. 시간을 다르게 쓰기 위해, 2. 만나는 사람을 바꾸기 위해, 3. 공간을 이동하기 위해서 준비한 해외여행을 10월중순으로 확정지었다. 시기를 10월말로 잡은 이유는 단 한가지, 겨울을 한국에서 보내기 싫어서. 훨씬 더 추운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서울의 겨울이 버티기 힘들고 괴롭다. 한번쯤이라도 통째로 비켜가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금이다. 추운 겨울의 시기에 조금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새로운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리고 긴 여행을 시작하는 다른 목적이 있다. 그것은 내 남은 삶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준비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어서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하게 내 남은 삶을 디자인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했을 때 느껴지는 매력적인 사고의 확장... 이 필요하달까.. (무슨말이지) 나는 더 넓게 생각하고 싶고 더 깊게 생각하되 사고와 행동의 비율이 50/50이고 싶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지금처럼 힘이 있을 때 더 많은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스스로 백수가 되기를 선택했고 아직까지는 후회는 없다. 


그리고 또 긴 여행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제까지 단 한번도 두 달 이상의 여행을 해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두 달 이상 혼자서 돌아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아직 상상이 되질 않는다. 많이 외로울까? 조금 지겹지 않을까? 돈이 떨어지진 않을까? 갔다와서 먹고살만한 일자리는 구할 수나 있을까? 아프지는 않을런지, 사기나 도둑질을 당하지나 않을런지, 않을런지 않을런지.. 허 참.. 20대에는 시간은 있었지만 돈이 없었고 30대가 되니 적당히 지낼만한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었다. 모두들 그럴것이다. 시간도 돈도 만들기 쉽지 않은것들이라 그 어느 하나도 만만치 않다. 그다지 많은 돈도 아니지만, 시간은 넉넉히 준비했기에 이정도면 꽤나 훌륭한 상태라고 본다. 잘했다. (스스로 칭찬해주자) 


서론은 이정도로 해두고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내 마음대로 기록해보려고 한다. 어떠한 기준도 세우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약속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 조건이면 부담스럽지도 않고 왠지 잘될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기록을 하기 위해서 기록을 위한 여행을 하고싶진 않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현재 소중하게 스쳐지나가는 찰나를 놓치고 싶진 않다. 제일 좋은 기록은 가슴속에 나만의 느낌으로 남는것. 


화이팅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