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죽림주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LEO Aug 19. 2021

4,000만원으로 65년된 한옥 리모델링하기

그렇습니다. 올해 5월 인생이 (또) 바꼈습니다.


이번에는 꽤 근면성실한 디자이너가 되는 듯 싶더니 또 엇나가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브런치에도 나와있지만 2015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3년 반동안 열심히 만들었던 '직방'을 관두고 세계여행을 떠났습니다. 모바일로 방을 알아보는 것이 생소했던 2012년에 의구심을 가지고 직방에 합류하여 디자이너이자 기획자로 황무지에 씨앗을 뿌렸던게 열매가 되어 이제 전국적으로도 꽤나 알려지고 벤처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무렵에 저는 참지 못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이유는 단순히 재미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는 배부른 소리이고 또다른 누구에게는 철없는 행동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저는 회사의 성장과는 별개로 개인의 성장이 없고 두근거리지 않는 미래를 차마 견딜 수 없었습니다. 30대 중반이던 당시에 전통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상당히 늦은 나이였지만 이때가 아니면 평생 이런 여행을 해보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냥 떠났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 없이 세계속에 저를 풍덩 빠뜨려보고 운명이 허락하는대로 자석처럼 끌려가겠노라고 날라갔지만, 아무런 사건없이 가진돈이 그대로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얌전히 돌아왔습니다.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각나라 축구경기만 재밌게 봤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더 늦은나이라고 할 수 있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65년된 시골의 한옥 고택을 10년동안 무상으로 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비슷한 나이의 한옥은 첫눈에도 괜찮아 보였고 제가 봉사활동을 하던 농촌유학센터와 불과 차로 3분거리에 있어 위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니 2015년과 마찬가지로 어디엔가 속박된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와서 재정상태는 나름 양호했고 빚도 없는데다 사적으로는 미래를 약속한 사람도 없고 협업 프로젝트도 없었습니다. 소속된 조기축구회도 없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술자리는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렇게 난생 처음 한옥 리모델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월 중순, 처음 집을 둘러보았을 때 대략적인 금액 사이즈가 궁금했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농촌유학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리모델링에 얼마가 들까요?"

"글쎄 한 3,000만원이면 되지 않을까?"


그 3,000만원은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면 공사를 할수록 욕심도 날 것이고 제 인생을 걸고 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잘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최소수준의 리모델링을 이야기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기때문에 절대 3,000만원이라는 비용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4,000만원? 최대 4,500만원? 5,000만원은 넘기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65년된 이 집과 처음 만났고 5월 말에 임대차계약을 맺고 다음날인 6월 1일에 바로 지붕수리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초여름,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이 길은 이 전과 좀 많이 다르고 인생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요. 하지만 작업에 임하는 태도는 기존에 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것, 두 가지 이상 선택지 중에서 고민하는 것, 여러번 학습하며 성장하는 것, 동료들과 협업하며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이런 부분들은 기존에 했던 UX디자인과 매우 비슷한 것 같습니다. 뭐든지 해봐야 알겠죠. 어쨌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내용은 시간이 되는대로 적어볼 예정입니다. 오늘이 8월 19일이니까 작업을 시작한지 거의 세 달이 되어가네요. 그동안 현장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저의 모든 에너지를 현장에 쏟아붇느라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습니다.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ㅠ) 대신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남겨놨기 때문에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바둑에서 복기하는 것처럼 한번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고택을 처음 만났을 때 모습입니다. 오른쪽 작은 건물에서는 닭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뒷 담이 있어야 하는데 부숴져서 없는 상태였습니다. 나중에 집이 다 되면 뒷 담도 세워야합니다.
바로 집 앞에 논이 있는데 집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아주 좋아서 이 담은 없앤 상태입니다.나중에 아주 낮은 담을 세울 예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옥 리모델링, 그리고 10년 무상임대라는 특이한 계약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