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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Sep 02. 2021

공사는 시작됐고,
제비집은 떨어졌다.

기와 보수작업으로 리모델링 시작

5/31에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바로 다음날인 6/1에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사를 담당할 작업자분은 바로 뒷집에 사는 분이었습니다. 처음엔 지붕에 이틀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지만 결국 4.5일로 늘어났습니다. 지붕에 올라가보니 생각보다 보수할 곳이 많았고, 용마루를 보수해야 기와를 다시 맞출수가 있어서 용마루에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썼습니다. 깨진 기와는 다른 기와로 교체하고, 어느 한 곳은 지붕이 아래로 많이 쳐져있어서 목작업을 해서 처마 라인을 맞췄습니다. 녹슨 빗물받이는 떼어냈고 나중에 다시 달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빗물받이가 하는 역할은 이해됐지만 미관상 처마를 가리게되어 자연스러운 멋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왠만하면 없는 상태로 지내보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빗물받이를 달지 안달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일단 보기싫은 고철덩어리를 치우고 나니 지붕과 처마가 잘 보이게 되어 좋았습니다. 

용마루 보수작업 전&후



시골 업체선정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일은 도시와 달랐습니다. 만약 도시에서 이런 공사를 진행했다면 어떻게 했었을까요? 우선 인터넷 검색을 먼저 했을겁니다. 공사 후기들과 광고, 블로그 게시물들, 공사 후기들을 살펴보고 그 중에서 맘에 드는 몇군데에 연락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 시골에서는 주인분께서 뒷집에 사는 이웃을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공사는 이 친구가 하면 돼"

"네"

제게 별다른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럼 이 분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 분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한 것도 아니고 다른 고객들의 후기를 확인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고른 업체라고 해도 광고는 과장됐을 수도 있고 후기는 거짓일 수도 있으니 그런 방법이라고 100%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실패할 가능성은 언제나 항상 열려있는 것이죠. 알음알음 소개받는다고 해도 엉터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사전 리서치가 빠져있을 뿐이고 저는 무엇보다 작업을 진행할 전문가와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사를 하면서 결정해야 할 많은 것들과 어려운 점들을 함께 의논할 수 있는 그런 파트너인지 대화를 통해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치챌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도시나 시골이나 어디서나 마찬가지일겁니다. 만약 처음에 알아보기 힘들었다면 작업하면서 최대한 빨리 파악하면 됩니다. 


제비집 추락사건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제비집 추락사건입니다. 공사 첫 날에 저는 툇마루 천장에 제비집을 발견했습니다. 작업자 두 분이 지붕작업을 할 동안 저는 집안에서 가구들을 치우고 있었는데 보통 제비집과 달리 뒷꿈치를 바짝 들면 보일만한 곳에 지어진 이 제비집엔 5마리의 새끼제비들이 먹이를 물고 돌아올 아빠,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모 제비 두 마리가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서 교대로 날라오곤 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정겨웠습니다. 저는 옷장을 분해하면서 망치로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는데 탕탕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새끼제비들이 꽤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내심 미안했습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않았던 이 한옥집에서 평화롭게 살다가 하루아침에 정신사나운 공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왠지 이 제비들이 이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같기도 하고 전에는 몰랐지만 꽤나 귀엽게 생긴 제비들에 관심이 갔습니다. 제비집이 있는 쪽에 철거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새끼들이 얼른 커서 무사히 날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살아생전의) 다섯마리의 새끼제비..peace

그런데 이튿날, 작업자분께서 천장을 뜯을거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비집이 있으니 안다치게 조심해달라고 '특별히' 이야기했고 사장님은 절묘하게 잘 뜯을테니까 걱정말라고 하셨습니다. 천장의 얇은 합판을 나름 조심스럽게 뜯는다고 했지만, 순식간에 한번에 합판에 내려앉으면서 바로 옆에 있던 제비집을 그대로 떨어뜨렸습니다. 안그래도 제가 천장을 잡아주려고 그쪽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잡지 못했고, 제 바로 앞에서 제비집과 새끼들은 툇마루로 추락해버렸습니다. 수호신이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떨어지다니요.. 사장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괜찮아 안죽었어 살았어"

참사가 난 곳을 살펴보니 새끼제비 5마리 중 2마리는 그대로 즉사했는지 안타깝게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3마리는 살아있었고 떨어진 제비집도 부숴지지 않아서 집 안에 그대로 새끼제비 3마리를 넣어 다시 올려주었습니다. 부모제비는 먹이를 구하러 자리를 비웠을 때 일어난 일이라 빨리 원상복구를 시켜주고 싶었습니다. 죽어버린 2마리는 마당 한 쪽에 땅을 파서 묻어주었고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올라간 3마리라도 무사해야 할텐데.. 곧 부모제비 중 한 마리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작업이 손에 잡히지않고 옆에 떨어져서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어미제비가 두리번거리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듯 보였습니다. 아마도 새끼제비 3마리도 평소처럼 입을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하지 않았을겁니다. 쇼크상태라 어딘가 이상했을겁니다.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ㅠㅠ 그리고 어미제비가 제 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저를 원망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로 고정시켜놓은 제비집, 그리고 돌아온 어미제비. 너무 미안했다.

시간이 좀 지나고나니 새끼제비들이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다행스럽기도 하고 너무 미안해서 울컥했습니다.

'남은 너희라도 잘 커서 어서 나가라'

한 1~2주일 지났을까요? 어느새 제비들은 집을 나가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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