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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Sep 10. 2021

한옥 리모델링 기초공사

지붕보수, 철거, 상하수도 배관

안녕하세요. 오늘은 총 한달정도 소요되었던 기초공사에 투입된 시간과 인원, 비용을 적어보겠습니다. 실제 작업을 하다보면 지붕보수를 하면서 철거를 하는 등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항목별로 비용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작업의 사이즈를 알 수 있게 하기위해 최대한 근사치로 계산해봤습니다. 리모델링은 현재 집의 건강상태에 따라 작업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점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와지붕 보수

작업인원 : 2명(반장+보조1)

기간 : 4.5일

자재구입 : 래미탈, 황토/백색 시멘트, 실리콘, 다루끼 등

비용 : 217만원


철거

작업인원 : 2~4명(반장+보조2, 도움1)

기간 : 4~5일

포크레인, 철거폐기물 트럭 6대 동원

비용 : 340만원


상하수도 배관

작업인원 : 3명(반장, 배관공2)

기간 : 2~4일

재료 : 배관부속

비용 : 400만원


지붕보수 작업 내용은 제 브런치 공사는 시작됐고, 제비집은 떨어졌다 에 있으니 그 편을 봐주시면 됩니다. 사실 기와를 보수하는 일은 제가 올라가지 않았기때문에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ㅎㅎ 높은곳이 위험해보이기도 했지만 나중에 반장님께 여쭤보니 오래된 기와를 밟고 작업하는 일은 기와가 깨질 수 있으니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셀프 보수작업을 위해 몇번 올라갈 일이 생길듯 합니다.


철거작업은 집의 바닥, 천장, 벽을 허물고 외부공간(닭장, 개집, 외부로 튀어나온 주방)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바닥은 방마다 높이가 저마다 다르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너무 높아 전체적으로 낮추는 작업을 했습니다. 천장도 마찬가지인데요. 일단 기존에 있던 공간이고 어떤 사람이 어떻게 지었는지 알 수 없기때문에 일단 조심스럽게 뜯어내서 확인하고 논의하면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무조건 다 부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내부에는 벽지가 여러 겹으로 발라져있어 (오랜 세월동안 기존 벽지위에 새 벽지를 붙이는 식으로 소규모 리모델링을 했을 것 같습니다) 모두 뜯어내지 않고는 어느곳에 보와 기둥이 있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벽지를 모두 뜯어내니 집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고 아래 사진에서처럼 지붕 서까래까지 천장을 뜯어낼 수 있는 곳과 흙과 나무로 메워져있어서 천장을 뜯지 못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 천장을 철거하기엔 집이 노후해서 다소 위험해질수도 있다는 반장님 말씀에 바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멋을 부리자고 집을 무너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몇개의 공간은 천장을 뜯어내서 서까래를 살릴 수 있었는데, 정말 다행인건 방2개가 공평하게 낮은 천장과 높은 천장을 하나씩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더 다행인건 침대가 들어갈 공간이 낮은 천장이라는 것입니다. 침대에서 아이들처럼 뛰는 일만 없다면 오히려 천장이 낮은 점이 단열에도 좋을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은 위로 많이 날아가는데, 그래서 집의 천장 단열이 중요하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울 때 모자를 쓰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침대쪽 공간의 낮은 천장은 나중에 조명을 고려할 때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나비효과처럼 말이죠 ㅎㅎ


파란색 영역은 천장 높이를 살릴 수 있었지만 빨간색 영역은 층고가 낮아 침대방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방 2개가 공평하게 같은 조건이라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천장의 서까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다소 길어질 것 같아서 나중에 서까래 편을 따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옥하면 서까래를 빠트릴 수 없으니까요. 벽체는 철거할 곳과 새로 만들 곳을 리모델링 계획안을 토대로 반장님과 논의를 하며 진행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낮은 천장과 마찬가지로 벽체 또한 집을 세우고 있는 역할을 해주기때문에 아무렇게나 철거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둥이 있으니 벽체는 상관없지 않냐고요? 만약 제대로 된 기둥이라면 괜찮을 수 있겠지만 이 곳은 누가 어떻게 지었는지 모르는 오래된 고택인데다가 딱 봐도 기둥은 엄청나게 튼튼해보이진 않았습니다. 겉이 멀쩡해보이는 나무 기둥이라 하더라도 땅 속에 묻힌 부분은 흰개미때문에 부식이 심할수도 있으니까요. (유튜브 망치잡은사나이) 그래서 그런 부분은 작업반장님의 의견을 많이 들으며 진행했고 출입문의 높이때문에 철거하지 못했던 '보'도 나중에 벽체를 올린 이후에 철거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문의 높이가 140cm가 될 뻔 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야 했을수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리모델링 계획을 멋지게 세운다고 해도 이렇게 현장에서 수정되는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되도록이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드시 밀어부쳐야 할 계획과 물러서야 할 계획을 수시로 갈등하며 수정해야 합니다. 이 오래된 공간을 나중에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자기만의 계획을 가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활용계획에 크게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적절한 양보는 공사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 줍니다. 신축보다 리모델링은 이러한 타협에 훨씬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력있는 것 같습니다. 쭉 양보만 한다면 분하겠지만 고택이라는 부분때문에 더 재미있어지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디자인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율은 꼭 2:1이어야 한다던가 꼭 별 모양이 들어갔으면 한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또는 제약사항 같은 것들이 없다면 훨씬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적당한 조건들이 있는것이 더 나을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고민하는 방향도 좁아지고 (이미 결정되어있으니까요)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문의 높이가 140cm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이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지만 저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여기를 방문하는 손님이 왠지 재밌어할 것 같지 않은가? 고택의 매력이 이런것이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철거작업
좌. 바닥을 철거하고 나온 구들장 / 우. 기존 화장실 공간


상하수도 배관공사는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작업반장님이 하시는대로 전부 맡겼습니다. 나중에 물이 잘나오고 잘 내려가기만 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화장실은 셋팅되었고 상하수도 잘 됩니다. 물이 처음 쏟아질 때 감격해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배관은 땅 속에 묻어버리는 작업이라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 재작업을 해야 할 때 일이 너무 커지면 어떡하지? 다행스러운 점은 작업반장님이 바로 뒷집에 사는 이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상수도는 한수원에서 신청을 해야하는 줄 알고 신규신청 절차를 밟았는데, 알고보니 이 곳은 몇년전까지 사용했던 곳이라 재개신청만 하면 되었습니다. 5만원 가량의 체납금이 있었고 쉽게 상수도는 처리되었고 하수도는 다행히 마을 처리시설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수도/하수도를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없어서 모든게 낯설고 신기하면서도 어려웠습니다. 저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서 이런 기반시설이라도 있지만 외딴곳에 홀로 있는 집이라면 이런 상하수도 설치하는 작업이 꽤 까다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옥 리모델링을 하시려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상하수도 배관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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