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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Oct 24. 2021

기어코 나온 큰 실수, 창호 이야기

이번에는 가슴아픈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서 쓰는걸 계속 뒤로 미뤘는데요 ㅎㅎ 그래도 나름 좋은 경험일 수 있고 혹시나 다른분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정리해보려고요.



초반 창호 계획

아래 그림은 작업 초반에 인테리어 작업반장님께 드리고 창호집에 이렇게 주문하려고 만든 계획안입니다.  


창호/문 초기 계획안

방A

침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기때문에 창을 최대한 크게 냈습니다.

욕실A는 여닫이 문으로 할 경우 변기와 부딪히기 때문에 대신 미닫이 문으로

출입문은 툇마루 너비가 정해져있어서 75cm로 좁게

이 방은 모두 계획대로 만족스럽게 시공됐습니다.


주방

전망을 살리기 위해 처음엔 통유리 출입문, 미닫이로 계획했다가 나중에 번호키 도어락때문에 여닫이로 바꿔 시공했다가 큰 일(?)을 만나고 다시 미닫이 문으로 재주문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방B

개인공간이기 때문에 굳이 통유리로 하지 않고 창과 일반 출입문으로 계획했으나 번호키 도어락때문에 여닫이 통유리인 프로젝트창으로 시공했습니다.

침대쪽에 창문이 있긴하지만 반대편에 창문을 낼 수 없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불장에 조그만 창문을 내는 다소 이상한 계획을 초반에 했었지만 시공때는 보일러실 공간을 줄이고 그 쪽으로 창문을 냈습니다.


툇마루

시골 추위에 겁먹어 단열을 단단히 하려고 툇마루를 실내로 만드는 통유리를 계획했었지만 완전 철회하였습니다. (위 보라색 3개 부분)



읍내에 있는 문집에 문의해보니 시공까지 포함해 500만원이 넘는 견적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게 비싼 가격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인테리어 작업반장님과 상의해보니 직접 창호공장을 가서 물건만 받아 직접 설치하면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같이 공장에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제 계획대로 견적을 내어보니 공장가격은 200만원 초반으로 나왔고 저는 절반이나 싼 가격에 환호했습니다. 야호!


이때까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으나..




주방과 방B의

출입문


공장 방문전에 인테리어 작업반장님이 제게 방B도 주방처럼 통유리로 해서 전망을 살리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저 역시 전망은 시원한게 좋다고 생각하기에 흔쾌히 오케이했고 그렇게 주방과 방B를 동일하게 통유리 미닫이문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창호공장에서 견적을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반장님과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아차, 번호키!

응 뭐가요?

번호키! 미닫이 창호에도 번호키가 돼요? 열쇠가 아니라 번호키로 잠궈야하거든요.

아.. 미닫이는 번호키 안될걸요?

헉 그럼 안돼요. 번호키가 꼭 돼야해요.

그럼 문으로 바꿔야하는데.. 아 맞다, 프로젝트창으로 하면 되겠네요.

프로젝트 창이요?

원래 프로젝트창은 위로 여는건데 옆으로 여는것도 있거든요. 그걸 문처럼 쓰면 되니까..

요게 프로젝트 창

그럼 통유리도 하면서 문도 할 수 있는거네요. 오! 그럼 그걸로 할께요.

근데 좀 비싸긴 해요.

비싸도 상관없어요. 번호키가 젤 중요해서요.


그렇게 돌아오는길에 공장에 전화를 해서 미닫이문에서 같은 사이즈 프로젝트창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주방과 방B 모두를요. 프로젝트창은 하나에 45만원이라 전체 금액이 많이 올라가긴 했지만, 공장가로 이미 많이 세이브했고, 통유리의 시원한 전망도 확보하면서 번호키를 놓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그렇게 며칠후에 도착한 창호들, 두둥
창호틀을 넣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무거운 프로젝트창도 옮겨서 드디어 설치를 하는데..


어? 어? 이게뭔가요. 아아.. 망했어요..


무거운 통유리와 프로젝트창을 설치하고서야 우리는 알았습니다. 처마 시작부분 보에 문이 부딪혀 절반밖에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요. 방B 출입문 계획을 짤 때도 문이 열리는 방향은 방 안으로 열리게 계획했었는데요. 그런데 왜 바깥으로 했냐고요? 막상 창이 도착해보니 방 내부 벽의 두께와 프로젝트창의 두께때문에 안으로 열리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일반 문이라면 가능했지만 유리창호라서 바깥으로 열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어찌해야 하나요..


우리 모두 벙쪘습니다. 하지만 그것말고도 할 일이 산더미였기때문에 나중에 어떻게든 해결해보기로 하고 일단 이대로 진행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난 왜 이걸 몰랐을까.. 번호키 도어락에만 신경쓰느라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기분이 찝찝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중에 해결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그동안 작업을 해오면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나름 잘 해결해왔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방법이 있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좋은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고 여러 아이디어들만 쏟아져 나왔습니다.


1. 문이 걸리는 보를 잘라라

2. 아니다, 문 상단을 잘라라. 또는 높이가 낮은 문을 재주문해서 설치

3. 그냥 미닫이문으로 바꿔라. 번호키 도어락은 가능할수도 있다. (제가 열쇠전문가와 상의해보니 모델에 따라 가능할수도 있고 불가능할수도 있다고 하네요)

4. 이대로 적응해서 살아라. 대신 문과 보가 부딪히는 부분에 충격완화 장치를 하고.


1번은 한옥의 중요한 곳을 훼손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의외로 쉽게 허락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보를 자르는게 저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고택이라 붕괴위험이 따를 수도 있고, 특히나 이 보는 집 정면에서 잘 보이는 자리라 보를 자르는 결정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2번은 아무도 해보지 않은 작업이라 알 수 없었습니다. 프로젝트창이 상당히 두꺼워보이고 유리까지 있는데 자르는게 가능한지.. (누구는 된다, 누구는 힘들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높이가 낮은 문을 재주문한다면 문을 닫았을 때 단열이 어찌 될지 불안해졌습니다. 3번은 돈이 들지만 가장 중요한건 번호키 도어락이 설치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번호키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안되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고민만 하면서 이 상황에 적응해버리면 결국 4번을 선택하게 되는 셈입니다.




번호키 도어락이

정말 필요한 곳


번호키는 프라이빗한 방을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방에는 꼭 번호키가 필요한 것에는 변함이 없는데 과연 주방에도 번호키가 꼭 필요한지는 생각해봐야 했습니다. 저는 번호키와 절반만 열리는 안타까운 문을 맞교환한거니까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면? 방이라면 ‘제대로 열리는 문’ 대신 '번호키'를 선택할겁니다. 그렇다면 주방은? 주방에 정말로 꼭 번호키가 필요한걸까? 개인 공간도 아닌 공용 공간인데, 만약 도둑이 든다면 훔쳐갈만한 물건이 없진 않지만 자주 드나드는 거실같은 곳인데 굳이? 그리고 툇마루 중간에 있는 곳인데 바깥으로 열리는 방식이 매우 불편하게 보였습니다. 방B에서 주방으로 들어간다면 문 끝까지 간 다음에 문을 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보에 걸리는 안타까운 문은 하나면 족하지 두개는 너무 많았습니다.


이 사단이 난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무렵,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중에 크게 후회하는 일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백만원 아끼는 것보다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백만원은 기억도 나지않는 돈일거라고요. 그래서 저녁에 작업반장님께 전화했습니다.


저 안되겠어요. 주방문이라도 미닫이로 바꿀께요.

아 그래요? 그럼 저 문은 어떻게?

반납 될까요?

안되죠. 맞춤형이라 저거 못써요.

그럼 버리더라도 재주문 할께요. 동선도 안맞고 보에 걸리는건 방문 하나로 충분하니까요 ㅠ

그래요. 그럽시다!


원래 있던 프로젝트창을 다시 빼고 미닫이로 바꾸는 중.


그렇게 했던 일을 다시 작업해서 주방을 미닫이 통유리창으로 바꿨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잘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양쪽에서 주방을 왔다갔다 하기에 너무 편하고 아직까지 도난사건은 없지만 양쪽 방과는 쓰임새가 다른 공용 공간이니 번호키는 굳이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 사태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여전히 방 문은 저런 상태라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아마도 이대로 같이 손잡고 살지않을까.. 합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보다보면 정도 들고 그러지않을까요. 정 안되겠으면 위에 언급한 방법들 중 2방식, 높이가 낮은 문을 재주문해보려고 합니다. 두꺼운 커튼을 치고 문틈의 8센치의 빈 공간을 잘 막아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아픈 손가락 창호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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