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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Nov 09. 2021

보일러 작업

따뜻한 집 만들기

대문사진에 있는 검은 돌들은 공사 초기에 집 철거를 할 때 나왔던 구들장들입니다. 이 집이 65년이 됐으니까 이 돌들도 65년전 쯤 온돌을 위해 바닥에 깔렸을텐데요. 그 당시에 이렇게 크고 넓적한 돌들을 주변에서 어떻게 구했을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랫동안 뎁혀지고 식혀지길 반복하면서 한쪽면만 까맣게 변해버린 이 큰 돌들은 공사중에는 한쪽 구석에 방치했다가 최근에서야 마당 조경작업에서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저는 아궁이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 새로운 난방은 어떻게 할지 작업반장님과 논의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보통 가스난방을 하고, 시골에서는 기름난방을 하겠지만 혹시 다른 방식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전기판넬 방식, 잠깐 고민


전기와 기름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어느 방식이 유지비용이 더 저렴한지, 시공비용이 더 저렴한지, 경제성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바닥 두께가 얇은 것으로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기존 고택의 바닥높이가 너무 높았으니까요. 게다가 높이가 방마다 달라서 이를 똑같이 맞춰서 낮추는 작업을 했는데 다시 보일러때문에 높아지면 속상할 것 같았습니다. 집의 바닥 높이가 최대한 낮아져야 방의 천장도 높아보이고, 게스트 중 노약자나 아이들이 왔을 때 힘들이지 않고 실내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기판넬을 바닥에 깔면 기름보일러의 엑셀 시공보다 두께가 얇아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기판넬을 생각했던 또 다른 이유로는 온수가 돌아다니는 엑셀 방식의 염려때문이었는데요. 아래 그림에서 보듯 보일러와 ㄱ자로 꺾인 방A의 끝까지의 거리가 멀다는 점이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보일러가 두대 필요한 것인지, 엑셀을 깔고 시멘트를 채웠는데 온수가 새면 어떡할것인지 다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A만 전기판넬로 하고 나머지는 엑셀을 까는 혼합방식을 잠깐 고민해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작업반장님께서 전기판넬 방식이 기름보일러에 비해 문제가 전혀 없거나 크게 저렴한 것도 아니라고 하셨고, 두개를 섞으면 뭔가 복잡해지는 기분이라 기름보일러 방식 하나로 시공하기로 했습니다.


보일러에서 데워진 물은 분배기로 가고, 분배기에서 세갈래로 온수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옵니다. 욕실B의 아래쪽은 엑셀이 다시 돌아오기 애매해서 그쪽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집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바닥 난방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벽체가 들어서고 바닥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했습니다. 이제 끝나가는 것인가..


엑셀을 바닥에 깔아서 온수를 통과시키는 방식은 한국에서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바닥을 따뜻하게 데워버리는 방식은 아궁이로 구들장을 데우는 온돌 방식에서 파생한 것이니까요. 저도 유럽 해외여행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제법 쌀쌀한 날씨에 방이 추웠는데 전기 히터 하나로 견뎠습니다. 그것마저 전기도 많이 잡아먹기때문에 주인 눈치를 보면서 사용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었고 욕실 샤워기에는 순간온수기가 있었습니다. 



김치냉장고와

일반냉장고의 차이


이런 차이는 김치냉장고의 방식과 유사합니다. 예전에 김치냉장고가 뭐가 다른지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김치냉장고는 안쪽 면을 차갑게 만드는데 비해서 일반냉장고는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라고 봤습니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느냐, 히터로 공기를 데우느냐 이런 차이와 똑같은 셈입니다. 특히나 김치는 온돌방식인 김치냉장고 방식이 음식의 보존과 숙성에 훨씬 더 유리한가봅니다. 작업반장님께서 바닥 엑셀을 까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김치냉장고를 떠올렸습니다.



여담


욕실에도 바닥 난방이 꼭 들어와야 합니다. 그래야 물기가 빨리 마르고, 특히 추운 겨울에는 코 끝이 찡한 화장실이 되지 않습니다. 저희 집의 구조는 방과 욕실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엑셀이 한번에 지나가게 했습니다.

침대와 온돌방식은 스타일이 다소 어긋나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서양에서는 공기를 데우니 침대에서 자는 것이 맞고, 한국에서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니 바닥을 데우는게 맞으니까요. 이 약간의 어긋남은 그냥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는 기름보일러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있는데, 그 둘을 비교해볼 기회도 없이 동네가게에 가서 하나 있는 것을 사용했습니다. 잘 되겠죠? 암, 잘 되죠~ 이 한마디에 그냥 콜.

지금 매우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온도조절기의 위치입니다. 별 생각없이 방A에 배치했는데, 방B에서 사용하기가 불편해서 조절기가 주방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후회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A,B에 어색한 두 팀이 왔을 때 "샤워해야하니 온수 눌러주세요"라고 방문을 두드리며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온수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래미콘과 펌프차가 와서 시멘트를 채워넣는 모습입니다. 시멘트가 살짝 굳었을 때 다시 평탄화 작업을 해줍니다.



보일러실은 집 뒤쪽에 따로 만들었습니다. 샌드위치 판넬로 가볍게 만들었는데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기름통은 고택에 남은 것을 다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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