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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완 Nov 14. 2021

실내 마감방식? 도장 vs 도배

이번 리모델링을 하면서 정말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10년치 선택지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랄까요. 평소에 크고 작은 결정들을 잘한다고 자부해왔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우유부단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실내의 벽면을 도장(페인트칠)할 것인가? 도배(벽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처음에 저는 자신있게 모든 내부에 도장을 하겠노라고 말했습니다. 어짜피 지금 처마도 일일이 바르는 중인데 외벽과 마찬가지로 내부도 칠하겠다고 말이죠. 대학에서 손그림은 많이 그려보진 않았지만 어쩐지 칠하는 것은 재미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오래걸려도 제 손으로 조금씩 집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작업반장님이 정색을 하고 저를 말렸습니다.


모두 도장한다고요? 씁.. 난 반댄데.

적어도 한달 반은 걸릴걸요?

그냥 도배 하세요. 2,3일이면 다 끝나요.


도장이든 도배든 벽을 마감해야 바닥작업을 들어갈  있는데 실내작업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전체 일정이 그만큼 밀리게 되겠죠. 때는 8 중순이라 안그래도 한여름의 더위를 온종일 마주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페인트 칠하는데 시간과 체력을  써버린다면  다음 작업에 차질이 생길것이 뻔했습니. 직접 해보면서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도장은  생각보다 ~ 어려웠고 오래걸렸으며 도배는 ~ 쉽고 빨랐습니다.




도장(페인트칠)의 장점

몰딩이 필요없게 되어 전체적으로 플랫한 연출이 가능하다.

페인트 칼라를 마음대로 정해볼 수 있고, 혹시 맘에 안든다면 다른색으로 덧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중에 벽에 하자가 났을 때 그 부분만 같은 색으로 칠해서 세밀하게 보수를 할 수 있다.

벽에 붓 자국이 조금 보여서 살짝 회화같은 느낌이 든다.


도배(벽지)의 장점

시공이 쉽고 빠르다 (1~3일 정도)

나름 깔끔하다. 사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도장과 도배를 구분하기 힘들다.




페인트칠은 방 하나만,

나머지는 모두 벽지로


이렇게 타협했습니다. 모두 도배를 하면 쉽고 빨랐겠지만 도장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고, 방 하나뿐이라면 전체 일정에도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밤마다 유튜브로 도장하는 순서와 기술, 그리고 준비해야 할 재료들을 공부했고 두려운 마음으로 도장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평평한 벽면에 붓이나 롤러로 그저 쓱쓱 칠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런 칠 이전에 해줘야 할 작업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먼저 줄퍼티라는 작업을 먼저 해야합니다. 줄퍼티의 핵심은 조인트테이프를 보드와 보드 이음새 부분에 붙여주는 것인데요.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나중에 크랙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이 조인트테이프가 비접착 방식이라서 오로지 퍼티만으로 잘 붙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퍼티는 핸디코트 재료 자체를 가리키거나 핸디코트를 사용하는 작업을 일컫는 용어인데요. 퍼티는 수용성이라 다루기 쉬운편이지만 조인트테이프를 완벽하게 붙인다거나, 벽이나 천장을 평평하게 만들 때는 어느정도 이상의 숙련도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게 대망의 도장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두운 벽은 e보드이고, 밝은 벽은 석고보드입니다.
비접착&종이 방식의 조인트테이프입니다. 접착&망사 방식의 조인트테이프도 있지만 크랙 방지에는 종이가 더 낫다는 말에 종이테이프를 사용했습니다.

 

조인트테이프가 비접착이라 벽에 완벽하게 붙지않아서 생긴 크랙입니다. 퍼티를 두껍게 발라서 그 위에 덮어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해서 긁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했습니다ㅜㅜ



줄퍼티와 2차 퍼티


줄퍼티는 조인트테이프를 퍼티를 사용해서 잘 붙이는게 핵심이고, 이후부터는 계속 반복되는 퍼티작업입니다. 원래 평평했던 벽이 조인트테이프때문에 살짝 볼록해졌으니 이음새 주변으로 퍼티를 여러번 겹쳐 발라주어 다시 평평하게 보이게 해주는 거죠. 말이 여러번이지 정말 끝도없이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인트테이프만 잘 붙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결국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곳은 이음새일테니까요.




퍼티(핸디코트)


저는 처마보수할 때 퍼티(핸디코트)를 미리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요. 셀프 리모델링 2. 처마보수

제가 사용했던 퍼티는 실내용 대용량(25kg) 사이즈로 쿠팡에서 16,500원에 구매했습니다. 이 5평쯤 되는 방에 퍼티가 총 얼만큼 들어갔을까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느낌상 25kg짜리가 5통 정도는 들어간 것 같습니다. 퍼티만 125kg가 들어간 무거운 방이네요 ㅎㅎ 실외용은 화학처리가 되어있어서 냄새도 나고 가격도 실내용에 비해 2배 이상 비싼데 게다가 배송비만 5천원인데, 실내용은 작업하기 수월한 편입니다. 퍼티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싶다면 유튜브에서 재료별 설명과 작업하는 방법을 배우실 수 있습니다. 요즘 유튜브에 없는게 없네요.


방 하나만 도장하기로 했던 결정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아주 만족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덕분에 퍼티 작업에 능숙해질 수 있었고 결과도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경험했던 여러 작업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바로 퍼티, 핸디코트입니다. 퍼티의 최대 장점은 여러번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번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바를 때 실수를 해도 여러번 수정하면서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보자에게 너그러운 재료인것이죠. 뚜껑을 개봉하면 퍼티는 끈적거리면서 촉촉한 상태인데, 이걸 얇게 펴 바르면 2시간내에 건조가 됩니다. (날씨에 따라 달라요) 건조된 상태에서도 단단함이 적당해서 만약 수정하고 싶다면 사포나 칼로 긁어낼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미장 재료인 몰탈과 비교해본다면, 몰탈은 물과 섞는 작업도 힘들고 벽면이나 천장에 잘 달라붙지 않아서 바르는데 기술이 필요합니다. 굳는데 시간도 반나절 이상 오래걸리고 매끄럽게 바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땜빵(?)에 퍼티를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몰탈과 비교했을 때 마감의 단단함도 약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니까요. 그래서 깊게파인 곳은 몰탈로 두껍게 발라주고 그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을 때 퍼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차 퍼티


줄퍼티로 조인트테이프가 잘 붙었다면 그 줄을 중심으로 퍼티를 점점 넓혀가면 됩니다. 그냥 단순히 면적만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볼록하게 올라온 조인트테이프 영역을 벽과 자연스럽게 평평하게 이어주는 작업입니다.


점점 퍼티의 영역이 넓어집니다.



한편, 도장을 하기로 한 방에서 제가 (개)고생을 하고있을 동안 도배쪽에서는..

작업반장님이 능숙하게 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도배도 퍼티가 최소수준으로 필요하더라고요. 줄퍼티와 공퍼티 정도만 해주는 것이 나중에 벽지가 발라졌을 때 벽지가 터지는 그런 일이 없을거라고 하셨습니다. 조인트테이프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벽지는 무난한 실크벽지 흰색으로 골랐습니다.


도배는 뭔가 뚝딱! 완성이 되어버렸습니다.




올(all)퍼티


줄퍼티에서 퍼져나간 퍼티가 모든 벽면을 다 뒤덮으면 그것이 올퍼티입니다. 퍼티로 전체를 뒤덮었다는 뜻입니다. 올퍼티 이후 페인트칠을 하게되는데 페인트는 벽면의 색만 바뀌는 작업이니 벽면의 평평함과 완성도는 이 올퍼티 작업의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퍼티는 흰색이기 때문에 대충 보면 작업이 잘 된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후레쉬를 대고 벽을 비스듬하게 비추면 울툴불퉁한 벽의 질감이 정확히 보입니다. 앗, 여기.. 앗, 저기도.. 이러다보면 정말 이 작업을 평생동안 이 방에서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어디가서 벽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있었던가.

이정도에서 마무리하자 휴..


이정도로 적당히 타협하고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나중에 이음새부분의 조인트테이프에 크랙이 생기거나 외부 충격으로 퍼티가 파인다면 그동안 쌓아왔던 퍼티 실력으로 충분히 메꿀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이 퍼티의 최대 매력이었습니다. 부족하면 덧칠해도 되고, 넘치면 긁어내면 되니까요. 이제 어디서든 퍼티만 있다면 모든 곳을 반듯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퍼티 만세!




드디어

페인트 칠을 시작하다


방을 구경하러 온 어르신들은 깨끗해진 방을 보면서 무척 좋아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마무리해도 되겠다고 하셨지만 저는 좀 더 은은하고 약간 톤 다운된 방의 분위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지진 않게 말이죠. 그래서 페인트 색상은 약간 초록빛이 도는 채도낮은 '오트밀'을 골랐습니다. 이런 색상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퍼티와 마찬가지로 맘에 들지 않는다면 나중에 다른 색으로 다시 덮어주면 됩니다. 점점 모든 일에 초연해지는 내공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하여 한쪽 벽면에 먼저 칠해보고 점점 넓게 칠해갔습니다.




도배와 도장, 무엇이 좋은지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결과는 도장, 과정은 도배라고 다소 모호하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만약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정성을 들일 여유가 있다면 도장이 결과적으로 압도적이게 만족스럽습니다. 플랫한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은 특히 더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은 텅 비어있는 채로 남아있지 않고 가구와 물건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그런 소품에서 포인트를 줄 것이라면 도배도 효율적이며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살면서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고 어딜 가더라도 여기는 도배를 했는가, 도장을 했는가 유심히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모델링을 하면서 마주한 선택의 기로에 서서 두 개의 차이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작업하며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첫 리모델링에서 이 두 가지 방식을 한꺼번에 경험했고 하나는 직접 해봤기 때문에 이렇게 경험담을 공유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혹시 도장과 도배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댓글로 문의해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요즘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마무리 작업에 한창입니다. (벌써 한달 넘게 마무리 작업만..) 마당이 넓은 편이라 손이 많이가서 끝이 나질 않네요. 그래도 실내는 어느정도 돼서 몇몇 지인들을 초대해서 다녀갔습니다. 11월안에는 '드디어 이제 완성이야!'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데요. 요즘 많이 쌀쌀해졌는데 더 추워지기 전에 마당을 최소수준의 완성도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제 작업일기 봐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에 다른 에피소드를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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