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참여했던 리모델링 작업 중 처마보수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번째로 했던 작업은 오래된 기둥과 보를 샌딩기로 밀어내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었는데요. 사포로 밀어내면 깨끗해지는 나무의 속살을 보면서 보람과 재미는 있었지만 점점 손가락이 아파와서 나중엔 주먹쥐기가 힘들정도가 되었고 작업시 분진때문에 애를 먹었었던 이야기를 <작업에 참여하기 1.샌딩> 에서 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 60년된 한옥을 만났을 때의 처마상태는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서까래 사이사이에 흙으로 채워진 부분은 오랜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곳이 많았고, 금이 가 있는 곳은 손으로 누르기만 해도 들썩일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서까래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런 상태로는 집 외벽과 내부를 깨끗하게 수리한다고 해도 완성도가 높은 리모델링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업을 위해 따로 인력을 투입한다는건 제게 금전적인 부담이 컸기에 어떻게든 제가 직접 이 부분을 원만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잠시 '완성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작업 결과물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미대입시 준비를 위해 미술학원에서 그렸었던 입시그림에서도 완성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완성도가 있는 못그린 그림과 완성을 짓지못한 잘그린 그림 중 어느것이 더 나을까요? 점수는 완성을 지은 그림이 더 높습니다. 물론 재능이야 후자쪽이 더 높을 수 있겠지만, 성실함과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전자가 점수를 높게 받은것입니다.
인테리어에서 이야기하는 '깔끔한 마감' 역시 비슷한 의미입니다. 작업결과물의 완성도는 작업자의 노력과 투입시간에 비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지면 만질수록 더 산으로 가는 그런 난감한 상태에 빠졌을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천재적인 몇번의 터치만으로도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할때도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것들은 수없이 많은 정성어린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음 괜찮은데?'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천재가 아니니까요)
처마는 단시간에 감각적으로 해결될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묵묵히 한땀한땀 바느질하듯 아장아장 앞으로 나가야 비로소 주연과 작품을 빛나게하는 조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코 남는 장사는 아닌셈입니다. 잘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지만, 못하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집이 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그 완성도를 개런티하기 위해서 별것아닐 수 있는 처마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후보1. 몰탈로 메꾸기
작업반장님께 처마의 살을 붙이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반장님은 작은 흙손과 파레트를 빌려주고 몰탈로 붙이는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제가 따라해보니 사용법도 영 어색하고 붙이려는 처마상태가 흙이 부슬부슬한 상태라서 좀처럼 잘 붙지않고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하는 작업도 만만치않았고 계속 위를 올려다보며 팔을 올려 작업하니 어깨와 목이 쉽게 아파왔습니다. 점점 작업속도는 붙겠지만 처마에 붙어있는 몰탈이 영 어색하고 붙어있는 몰탈의 표면이 너무 거칠어 이런식으로 마감을 잘 할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후보2. 합판(석고보드)으로 덧대기
1번의 방식이 뼈에 살을 한점 한점 붙이는 방식이라면 합판을 대는건 살없이 멀쩡한 겉옷을 걸쳐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마감이 칼로 잰듯 깔끔해질 것 같아서 이 아이디어가 나오자마자 다음날 바로 시도해봤지만, 흙바탕에 본드를 바르고 합판을 붙여보니 생각처럼 붙지 않았습니다. 만약 지금 붙더라도 나중에 언젠가 떨어질수도 있고, 서까래의 간격과 모양도 저마다 조금씩 달라서 여기에 맞춰 딱 맞게 자르는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후보3. 핸디코트로 메꾸기
유튜브에서 서까래 사이에 핸디코트를 사용해서 작업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핸디코트를 일단 사서 발라보니 확실히 끈적임이 있어 부슬부슬한 흙벽에도 잘 붙었습니다. 그런데 패인 부분에 떡칠을 하여 메꾸다보니 16,000원짜리 큰 통의 절반가까이 쓰여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핸디코트도 단점이 있었는데, 두껍게 바른 곳에는 균열이 심하게 생겼고 겨우 한 칸을 작업했을 뿐인데 25kg(16,500원) 큰 통의 절반 가까이가 소모되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여러 재료들을 사용해보고 작업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면서 제가 직접 내린 결론입니다. 꼭 처마뿐만 아니라 오래된 벽이나 바닥을 보수할때도 참고할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우레탄 폼으로 빈 공간을 메워주면 마감작업을 할 때 좋습니다. 폼 한통에 5천원, 건(총)은 1만원이 넘어 저렴하진 않지만 사용이 쉽고 빨라 깊고 넓은 공간을 채우는데 매우 좋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단단하지 않기때문에 속을 채우는 용도로만 사용해야합니다.
보통 미장이란 벽에 쌓아올린 벽돌이나 블록에 몰탈로 평평하게 발라주는 것을 말하지만 저는 처마의 패인 곳을 미장하여 메꿔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조금 깊은 곳은 물을 적게 섞어 몰탈을 뻑뻑하게 만들어 넣어주고, 얕은 곳은 물을 많이 섞어 매끈하게 발라주었습니다.
핸디코트를 사용해서 마감에 가까운 평평함을 만들어줍니다. 핸디코트로 두껍게 바르면 균열이 가기도 하거니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몰탈로 먼저 대충 면을 잡아준 뒤 핸디코트는 평평함을 위해서만 사용했습니다. 핸디코트는 내부용(16,500원)과 외부용(35,000원)이 있는데 내부용이라고 많이 부실하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비용을 아끼려는 차원에서 내부용으로 작업했습니다. 이 차이는 유튜브 <페인트 작업용, 퍼티의 종류를 4가지만 알아보자>에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이렇게 작업을 마무리할수도 있지만 서까래를 샌딩할수도 있고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오일스테인을 발라줄수도 있습니다. 핸디코트는 흰색이고 일반적으로 한옥 처마는 흰색이기때문에 이렇게 끝낼수도 있지만, 저는 조금 더 욕심이 나서 이 핸디코트 위에 다른 칼라의 수성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시간이 날때마다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처음에 엉망진창이었던 상태에서 현재 이렇게 나름 깔끔하게 마감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업은 비록 힘들었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자신감이 붙어 나중에 실내 퍼티작업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핸디코트 작업의 꽃인 실내 퍼티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