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 복구 서비스 제공자.
눈이 일찍 떠졌다. 냉장고에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밀크 글라스 컵에 따르고, 얼음 몇 조각을 동동 띄웠다. 아이스커피가 찰랑거리는 컵을 들고, 테이블로 와 어젯밤에 닫아 둔 노트북을 열었다.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흐리멍덩한 시야가 밝아지고 나니,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내 눈동자에 콱 박힌다. 새벽까지 작업하다 중단한 인물이 모니터 가득 차 있었다.
아, 잠들기 전 어디까지 했더라. 포토샵 레이어의 눈을 하나씩 깜빡여본다. 작업을 중단한 지점을 찾고, 이어서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마다 1. 프로필 사진 보정 요청 리스트.xlsx 속 그들의 이름과 포토샵에 둥둥 떠 있는 그들의 얼굴과 다시 1. 프로필 사진 보정 요청 리스트.xlsx 속 그들의 보정 희망 내용(상세히 기입해주세요.)을 대조해본다.
때때로 한숨이 나고 가끔은 신나게 작업을 한다. 대부분 한숨이 더 많이 새어 나왔지만. 문득, ‘이렇게 내 손을 거쳐 간 사람들의 사진이 몇 장이나 될까?’ 생각하니 때때로 뿌듯하면서, 때때로 답답했다. 이번 작업은 여든세 명.
‘사진 속 얼굴의 주인들은 모두 달라서, 몇몇은 만족하고 몇몇은 불평하겠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나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이치처럼. 여든세 명 중 몇 명은 만족하고 몇 명은 불평할 것이다. 하지만 일은 일이기에 만족하는 몇 명이 더 많기를 바라면서 포토샵 레이어의 눈을 깜빡이며 오류를 찾아내 정정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씩 그들이 원하는 그들의 모습을 만들어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이 작업은 나 혼자 하는 일이지만,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나를 기다리는 인물들이 있어야 하니까. 그 인물들은 내가 촬영하지 않으니까.
이런 이유로 나에게 일을 준다는 명목으로 함께 일하는 사진가들이 있다. 누군가는 내 실력에 감사할 줄 알며, 누군가는 내 실력에 끊임없이 의심을 품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가진 직업이라는 건 ‘실력보다는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닿았다.
나를 기다리는 인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이번 마감은 16일.
여든 세명의 마감을 끝내고, 이런 연락을 받았다. “슬기 리터칭 마니좋아졋네.” “마니조아진듯진짜로” . 그리고 경비행기 수준의 수정이 왔다. 수정을 보내고 마감 전에 쓴 글을 브런치에 글을 옮겨 적었다. 시간을 갖고 다시 읽고 적어보니, 일 하는 시간을 쪼개 써내려 간 글에는 조급함이 담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