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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Aug 16. 2021

수영장 등록 썰 푼다.essaydriv

관심받고 싶은 I 의 수영 일기.

         유월의 마지막 월요일.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아서, 집 근처 수영장 두 곳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수영장을 등록했다.


     COVID-19 여파로 근처 수영장들은 한동안 문을 닫거나, 세일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무려 반 값 세일을 하고 있었고. 일 년 회원권 vs 삼 개월 회원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었고, 수영, 헬스, 골프 단일 종목 혹은 수영+헬스, 수영+골프, 헬스+골프, 수영+헬스+골프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선택지들도 있었다. 이곳은 동네에서 삼십오 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 사설 스포츠 센터였다.


     나는 내 미래를 알 수 없어서 삼 개월 수영 단일 강습 회원권을 끊었다. 헬스는 이미 다른 센터를 다니고 있기도 하고. 아무튼 이렇게 코로나가 내 통장에 도움을 주는 날도 있구나 싶었다.




     강습 회원권을 끊은 그날 저녁. 첫 수업을 들었다. 내게는 첫 수업인데, 먼저 강습을 듣던 회원님들에게는 유월의 마지막 수업이어서 강습보다는 개인 운동 위주였다는 것을 나만 알지 못했다.



                     "오늘 첫날이세요? 어디까지 배우셨어요?"

                     "네, 오늘 처음 왔는데요. 저 평영.... 3-4년? 전... 에."



      선생님의 친절한 말에 비해 흐려지는 나의 말. 이천 십육 년 여름부터 이천 십칠 년 여름까지 해방촌에 살면서 갈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육 개월, 안성에 살면서 안성시 종합운동장에서 육 개월. 그동안 안 했던 수영 실력에도 확신이 없었고 몇 년 전인지에 대해서도 빠릿빠릿하게 확신이 없으니, 안 그래도 I형이 낯선 환경에서 파워 I형이 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자유형 두 바퀴 도세요~"



     두 바퀴? 흐음~ 한번 해보지 뭐 했다가, 같은 반 회원님들에게 도핑 테스트를 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다들 왜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 거지? 이거 초급반 맞나요?


     그렇게 첫날 수업이 지나고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자유형 두 바퀴는 아직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지만, 드디어 접영 발차기를 배운다. 자주 보는 회원님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수영장에서만 볼 수 있는 내 등에 새겨진 그림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어제는 자기 안보이더라 하면서. 그 작은 관심은 또 왜 이렇게 설레는지. 참내~


     관심이 필요한 I 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수영장을 별일 없는 한, 내 첫 생각보다 오래 다닐 것 같다.




 개인 인스타그램에 나름대로 수영 일지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애플 워치가 러닝에 이어 수영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호호호~

 

무려 오 년만에 새로 장만한 수영가방 개시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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