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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Aug 31. 2021

공기가 듣는 말

 내게 필요한 말을 내가 들을 수 있도록.

     지난주 화요일 저녁 수영 강습을 가면서, 매일 걷던 길을 두리번거리다가 오토바이가 항상 세워진 곳이 텅 빈 것을 보았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갔다.


          “아, 음, 여기에 오토바이 있었는데 사라졌네?”


     이 외에도 나는 많은 말들을 한다. 물론 화요일 저녁의 상황처럼 말을 들어주는 상대는 없다. 그렇다 나는 혼잣말을 잘한다. 길을 걸어가면서 발견한 것들에 대해서도, 밥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의 메뉴를 보면서도, 잘 모르는 것들을 마주쳤을 때도.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음, 이게 맛있겠다!”

          “흐음,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그럴 때마다 혼잣말을 하는 내가 싫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혼잣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해 보였으니까. 근데 그게 나잖아? 그래서 내가 싫었다. 다른 사람이 날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왜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되고, 자꾸자꾸 혼잣말이 늘어가는 걸까? 진짜 싫다. 나 혼자 속으로만 말하면 되는데 왜 자꾸 입 밖으로 목소리들이 툭툭 튀어 나갈까? 진짜 진짜 싫다.






     그런데 이제는 혼잣말을 하는 나를 그만 싫어하기로 했다. 이런 사람도 있는 거지 뭐.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그리고 혼잣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더 이상 이상하게 보지 않기로 했다. 나도 그런데.


     왜냐면 지난 화요일 혼잣말을 내뱉은 그 순간, 내가 싫어지던 그 찰나의 순간에 이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에.



                                                      ‘공기가 듣는 말



     내 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가 듣고 있을 수도 있잖아? 말을 꼭 사람이 들어줘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내가 속으로만 한 말을 (물론 내가) 들었을 때, 그리고 내뱉어서 공기를 통해 소리가 된 말이 내 귀로 다시 들어왔을 때, 다 다른 거라면? 공기가 들어줘서 내가 한 번 더 듣고 한 번 더 생각 수 있는 거라면?! 두 번째가 더 왠지 더 그럴싸하게 좋은 것 같게 느껴졌다.


     그리고 혼잣말을 내뱉다가 우연히 들은 누군가 내 말을 듣고 대답해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모르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이제는 조금 이상해 보여도 괜찮다. 사실은 하나도 안 이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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