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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Jul 31. 2022

믿음

기대라는 건 얼마간의 나의 욕심을 담고 있기 때문에,

건강한 관계란 기대가 없는 관계가 아닐까.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누군가를 100% 믿는다는 건 그라면 이럴 거야, 라는 나 중심적 믿음이 아니라,

그의 모든 말과 행동에 그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오로지 상대를 중심으로 믿는 상태가 아닐까.

나를 위한 행동을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고, 그의 행복만을 바라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한 명의 사람을 한 사람 자체로 믿고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리는 것 중 하나도 바로 이 ‘기대’와 관련된 것인데, 부모님은 당신들의 욕심을 단 한번도 내게 투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밤늦게 공부를 하고 있거나 책을 읽으면 눈 나빠지니 그만 하고 자라고 말씀을 하실 정도였는데, 그런 부모님 덕분에 나는 내가 원하는 인생을 꿈꾸며 자유롭게 헤맬 수 있었고, 20대 시절 꽤 오랜 방황의 시기 동안에도 그들은 내게 실망은커녕 나의 상처만을 진심으로 걱정하셨다.

무조건적인 믿음과 사랑은 강력하다.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안심 덕분에

내 방황은 깊었던 만큼 단단하게 뿌리내려

남은 평생은 굳건한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던 사람에게 내 욕심이 침투하는 순간, 그 관계는 수평적 관계에서 상하적 권력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내가 이 정도를 하면 그는 어느 정도를 해주겠지, 라는 기대나

내가 부탁하면 그 사람은 들어주겠지, 라는 생각은 관계를 매우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융은 사랑이 있는 곳에는 권력이 없고

권력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없다고 말하며,

사랑과 권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했다.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는 핑계로 권력을 휘두르며 기울어진 자존감을 그를 통해 채우고 싶어 하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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