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시간에 출발해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 다니다,
눈길이 가는 곳에서 한참을 머무르다 돌아오는 것은
혼자만의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유다.
애초 목적지인 곳과는 한참을 벗어나도,
아니 아예 다른 곳에 당도하더라도
그 모든 길에 새긴 내 발자국과
눈에 담은 풍경,
코에 묻은 냄새들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행이야말로,
나는 혼자 해야만 하는 일이라 굳게 믿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어김없이 혼자 여행하다 좋아하게 된 동네를 좋아하는 이에게 소개시켜 주던 날.
대개 친밀함을 느끼는 관계에서 둘의 성격이나 가치관은, 아직 확인한 바 없어 의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같을 확률이 높다.
그 친구와의 첫 여행에서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똑같은 여행법을 가지고 있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오직 그 순간 우리의 즐거움만이 최우선이 되던 여행.
그리고 그때 나는 알았다.
한 사람이 행복을 느끼고, 그 옆에 있는 한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것은
각자 1:1로써의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 위에 ‘우리’라는 행복이 더해져,
혼자 느끼는 최대한의 행복보다 더 거대한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의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여행한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여정의 목적이 나에게로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우리가 이 땅을 사랑하는 이유가 우리의 유년시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한 공간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추억을 담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앞으로 내가 여행할 수많은 곳들에 나의 유년시절은 부재할 것이다.
나의 추억 위에 너의 추억, 그리고 우리의 추억이 덧대어진다면
그곳은 비로소 나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여행의 아름다운 종착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