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컴퓨터를 접했던 건 아마 초등학생 저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 새로 생긴 컴퓨터실 안에 앉아 타자를 치는 법이나 인터넷 검색하는 법을 배우던 때가 기억난다. 인터넷에 접속하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타자를 연습하는 것 모두 신나고 재밌는 일이었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컴퓨터의 배경화면을 보는 거였다. 열 살, 열한 살의 나이에서 내가 제일 멀리 가본 곳은 충청도에 있는 할머니 댁이었다. 할머니 댁에는 소도 있고 돼지도 있고 집과는 다른 풍경이 있었지만, 배경화면 같은 경관은 없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 속 어딘가에는 이런 경관이 실제로 있다는 게 설레고 신기해서 배경화면을 자주 보곤 했다.
지금도 나는 컴퓨터에 있는 기본 배경화면을 좋아한다. 거의 10년째 쓰고 있는 맥북도 기본 배경화면일 정도다. 배경화면 중에서도 내가 유독 좋아하던 사진들이 있는데, 우주를 제외하고 내가 갈 수 있는 곳들은 버킷리스트에 적어두곤 했다. 그중 가장 먼저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첫 번째 사진에 있는 '앤털로프 캐니언'이었다. 사진 상에서는 사막처럼 보이지만 사막 같지 않았고, 모래라기엔 너무 곱고 예쁜 그 색들의 움직임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찾아보니 앤털로프 캐니언은 '애리조나' 주의 '페이지’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곳이었다. 내가 있던 곳과 가까운 곳은 아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면 더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지막 남은 연차를 붙여 애리조나에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앤털로프 캐니언은 ‘로워 앤털로프 캐니언’과 ‘어퍼 앤털로프 캐니언’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름 그대로 위치다. 어퍼는 위쪽, 즉 평지와 다름이 없어서 걸어 다니며 보기도 쉽고, 햇살에 따라 굴절되는 빛의 움직임도 훨씬 예쁘지만, 관광객도 훨씬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래쪽의 로워는 통로도 좁고 내려가는 길 때문에 걷기가 조금 불편하지만 관광객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나는 장단점을 따지며 어디로 예약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컴퓨터 배경화면이 촬영된 로워를 가기로 결정했다.
‘자연은 경이롭다’는 말은 사실 이미 수없이 들은 문장이고 또 뱉은 문장이기도 하지만, 막상 그 문장을 실제로 또 한 번 체험할 때에는 자연이 보여주는 절경에 어김없이 감격하게 된다. 좁은 계단을 조심히 내려가서 만난 앤털로프 캐니언도 그랬다. 앤털로프 캐년은 내가 상상했던 사막이 아닌 사암이었다. 사암에 빗물이 흘러들면서 아주 긴 시간을 거쳐 마치 물결이 치는 것 같은 협곡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다. 놀랍고 신기한 형태의 협곡과 그 안을 비추는 빛의 움직임에 따라 일렁이는 모래들의 모습은 그저 아름다웠다. 짧지 않은 코스라서 4~5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좁은 길을 걸어 다니며 감상하는데도 전혀 지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왜 윈도우가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절경 중에 앤털로프 캐니언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