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마라톤을 완주하며 (1)
러닝 시작 6개월 만에 크루원들과 함께 오키나와 국제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첫 풀코스 데뷔를 외국에서 할 생각은 없었고, 오키나와 주민들이 간식을 많이 준다고 들었기 때문에 마라톤 분위기를 즐기다가 호송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출발 전 밤, 같이 마라톤 뷔페를 즐기기로 했던 동지가 다리를 접지르는 사고를 당했다. 친구는 퉁퉁 부어버린 발목으로 도저히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오키나와에서 병원에 가기로 했단다.(*애석하게도 친구는 이후 1달이 넘는 시간 동안 달리기를 못하게 되었음)
호텔을 떠나 집결지인 오노야마 공원으로 향하는 아침.
습도도 높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그야말로 한 여름의 날씨였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지만, 졸지에 동지를 잃고 완주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내 마음에만 폭풍이 일었다.
나 완주해야 돼, 말아야 돼?
1) 완주를 한다
단 한번도 이번 풀 마라톤 완주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초장거리를 달릴 때 주의할 점도, 먹어도 되는 간식과 안되는 간식에 대한 구분법도 모른다.
11월에 쌓아놓은 러닝 마일리지가 없어서 괜히 무리하다가 부상을 당해 12월부터 듣기로 한 훈련 참석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2) 완주를 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하는 마라톤에서 DNF를 하면 언제 어떻게 집결지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모두가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데 나혼자 DNF한 사람이 된다.
(*DNF : Do Not Finish)
지금 쓰고보니 완주를 하면 안되는 이유가 훨씬 더 많고 중요한데, 그때의 나는 2번의 이유들이 훨씬 더 크게 와 닿았었다.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마라톤이 끝나고 모두가 완주 소회를 나눌 때 소외될 것에 대한 걱정이 내 마음을 ‘완주’라는 목표로 이끌었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이 무서웠던 것 같다.
3만명의 참가자, 게다가 외국인이라 맨 마지막 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병목이 너무 심했다. 그래도 초반에는 내 조깅 페이스인 630을 유지하면서 즐겁게 뛰었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축제답게 모든 주민들이 주로 양옆에서 "간바레" , "간바떼"를 외치며 간식과 물을 나눠주고, 아낌없이 파스를 뿌려주었다. 아이들이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해주는데 페이스를 지켜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단 한번도 그 손을 잡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아쉽다.
하프 즈음까지 정말 미친 듯한 고도를 자랑하는 코스.
거기다 병목까지 더해지니 주자들 모두 뛸 수가 없어 걸어서 언덕을 넘게 되었다.
이렇게 호스로 물을 뿌려주거나 얼음을 주면서 타는 더위를 식혀주고, 끊임없이 물과 음료, 간식을 선사해주어 몸과 마음이 풍요로웠던 42.195km
하지만 첫 풀 마라톤에 도전하는 나는 뛰는 내내 간식은 입에 대지도 못했다. 쉬면서도 물만 마실 수 밖에 없었다.
하프 지점을 지나면 적당히 힘들어서(=아직은 덜 힘들어서) 온 만큼만 더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다.
가장 힘든 지점은 30km. 이제까지 힘들게 몇시간을 왔는데 앞으로 1시간을 더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지배당한다. 생각을 멈추고 그냥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데 다리는 잠겨서 움직이지를 않고, 내 뇌는 내가 목표로 한 시간 내에 도착 가능한 최저속도를 계산하기 바쁘다.
지금 1분 쉬면 몇 분 페이스로 가야하지? 그럼 쉬어도 되려나? 그 정도 속도는 나 할 수 있잖아.
아니 지금 다리 상태로 그 정도로 뛸 수 있을까? 돼? 안돼?
모르겠다 일단 저기 보이는 가로수까지만 가서 다시 생각할까?
그런데 쉬었다가 다시 못뛰게 되면 어떡해? 나 여기서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하는지 모르잖아.
뛰는거 다 똑같지 않을까? 그냥 내 다리만 움직여 주면 되잖아. 지금 못쉬어서 못뛰는거 아니야?
그러다 또 혼자.
아무도 모르는 시간을 속이지 못하고 오롯이 나와의 약속만 생각하면서 발을 떼야 한다는 것.
너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