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만나요

by 김우드

시할아버지 장례식 첫날 시부모님은 문상객을 맞고 계시고, 나와 남편, 시동생, 작은 고모님은 한쪽에 앉아 맥주를 한 잔씩 나눴다.


나는 자연스럽게 남편의 어린 시절을 여쭤봤다. 작은 고모님은 남편과 시동생을 데리고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날, 장난감을 사줬는데 둘이 싸웠던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슬픔을 잠시라도 잊고 그 시절을 떠올리며 웃으며 말씀해 주시는 고모님을 보며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작은 고모님과 이런 시간을 가진 건 처음이었다. 결혼하지 않고 멋진 싱글의 삶을 살아오신 작은 고모님은 남편과 시동생이 어릴 때부터 자식처럼 챙겨주셨다고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종종 용돈을 보내주시고, 결혼 전에 뵀을 때는 내 선물까지 챙겨주셨던 작은 고모님.


"근처에 오면 맥주 한 잔 하자"라고 하셨었는데, 그 시간을 시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야 갖게 됐다.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럴 때 말고, 좋은 날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을걸.'


비슷한 말을, 내가 암 진단을 받고 시동생과 시동생 여자친구가 우리 집에 찾아왔을 때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아무 일 없었을 때 더 자주 만났으면 좋았을걸."


아무 일 없이 평온한 날들 속에서는 각자 바쁜 일상을 이유로 만남과 안부를 늘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

'해야지. 해야지...'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로, 많은 관계를 '다음'으로 미뤄두고 있었다.


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명절이나 생신이 아닐 때,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마음에 남았다. 작은 고모님과 미리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한 것 역시 후회로 남았다.


후회라는 감정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줄 몰랐다. 더는 '다음'으로 미루지 않기로 했다.


- 시할머니 생신과 명절이 아닐 때 한 번 더 찾아뵙기

- 작은 고모님과 맥주 한 잔 하기

- 외할머니 요양원 더 자주 찾아가기

안 좋은일 생겨서가 아니라, 아무 일 없을 때 만나자.


모두들,

좋은 날 만나요.



2025.12.18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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