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엄마의 말
병원에서 내가 '암'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 어떡하지.. 남편은 어떡하지.. 엄마, 아빠한테는 어떻게 얘기하지? 울다가 정신을 좀 차리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내일 병원에 갔다가 엄마,아빠 집에 가겠다고. 울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하려고 했지만,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결심은 바로 무너져버렸다.
엄마는 "왜. 왜그래!" 하고 묻다가 지난주 내가 산부인과에서 조직검사를 받았다는 걸 떠올리고,
"결과 나왔어..?"라고 물었다.
나는 울면서 "응 암이래.."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우는 것이다. 조금 이성을 되찾고 다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역시 울고 있었다.
"자궁내막암이래. 조직검사결과로는 1기래, 지금 당장 내원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오늘은 못 간다고, 내일 간다고 했어. 울지마.."
엄마는 엉엉 소리내고 통곡을 하며 말했다.
"왜 우리 딸이. 왜... 왜.. 엄마가 대신 아파야하는데. 왜 딸이.. 왜 딸이.."
암 진단을 받던 날도, 암 진단을 받은 산부인과에 함께 갔을 때도, 수술을 앞두던 때도 엄마는 늘 울며 말했다.
"내가 대신 아파야하는데...."
나의 은인, 암 진단 해주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그건 어머님 마음만 편하시라고 하는 말씀이에요. 그래도 초기에 발견했고, 예후도 좋은 케이스라 잘 될거예요."
하지만 엄마는 그날 이후로도 계속 울었다. 수술 전 내가 대장내시경을 받고, 남편과 함께 친정에 갔던 그날도 우리에게 차려줄 점심을 준비하며 울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보지 못한 더 많은 날에도, 이렇게 울었었겠지.
암 진단을 받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친정에 갔다. 하루라도 엄마, 아빠와 있으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내가 더 씩씩해지는 것 같아서.
엄마는 내가 암 진단을 받고 친정에 갈 때마다 국과 반찬을 해주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 몸에 안 좋을까봐 기름과 양념까지 모두 바꾸고, 밥은 현미잡곡밥으로 따로 지어두셨다. 플라스틱 용기도 더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인 걸 알기에 그저 미안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하지정맥 수술에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한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잔뜩 만든걸로 모잘라 내가 무거울까봐 반찬을 넣은 쇼핑백을 가지고 잽싸게 1층으로 내려가 버린다. 도대체.. 엄마는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 헌신할 수 있는걸까.
수술 날, 딸을 만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병원으로 오신 엄마, 아빠. 예전처럼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보호자를 만날 수가 없다고 오지말라고 얘기했지만, 어떻게 집에서 기다리고 있냐고, 결국에 병원에 오셨다.
내가 수술실로 들어간 뒤, 남편을 만나 병원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셨고, 내가 깨어나면 집에 가신다고 하셨다고 한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깨어나 내가 병실로 돌아왔을때, 남편은 엄마 아빠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주었다. 영상 속 엄마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고생했다며 울었다. 수술 당일은 통증과 마취 기운으로 기억이 거의 흐릿하지만, 영상 전화로 봤던 엄마, 아빠의 얼굴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엄마는 내 수술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울었다고 한다. 겁도 많은 애가 얼마나 무서울까 걱정되고, 그 생각에 마음이 찢어졌다고 했다.
35세 딸이 암에 걸렸다면 엄마는 어떤 심정일까.
아이가 없는 나는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엄마, 아빠가 아프면 걱정되고 속상한 내 마음과는 천지차이일까.
엄마가 대신 아파야하는데..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 사랑은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어서 더 죄스럽다.
내가 암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엄마, 아빠는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셨다. 엄마,아빠의 평온한 일상을 내가 무너뜨린 것 같아 늘 미안했다. 결국 엄마, 아빠를 편하게 해드릴 수 있는 길은 내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는 것뿐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더 강해지려고 애썼던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했다.
부모님께 가장 큰 불효는 자식이 아픈게 아닐까..
엄마의 눈물과 끝없는 헌신을 보며 느꼈다.
2025년 2월,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고, 자궁과 난소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구석구석 살펴보고, 가족들의 감사한 마음도 떠올리며 기록을 남깁니다.
세번째 이야기, 엄마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