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딸에게, 아빠는 말없는 사랑으로

아빠의 사랑은 말이 없다

by 김우드


내가 암 진단을 받았던 날. 아빠는 친구분들과 모임을 하시고 늦은 저녁, 집에 들어오셨다고 한다. 엄마는 아빠한테 "큰일 났어. 딸이 아파, 암 이래"라고 울며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아빠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무슨 그런 일이 있냐고, 우리 딸 얘기 맞냐고, 몇 번을 엄마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계속 울기만 하는 엄마에게, 울면 뭐가 달라지냐고 하시고는 유튜브를 틀어 자궁내막암에 관한 정보와 치료 방법 등을 계속 보시다가 심란하신 지 일찍 주무시러 들어가셨다고 했다.


다음날, 나는 암 진단해 주신 원장님을 뵈러 병원에 가야 했다. 이미 혼자 가겠다고 엄마 아빠에게 말을 했는데도,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딸, 아빠가 지금 엄마 데려다줄 테니까, 병원에 같이 가보라는데?"

"아니야. 나 혼자 다녀온다니까. 병원 갔다가 엄마 집으로 갈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님께서 병원에 전화를 하셨어요, 딸이 몇 시에 예약했는지 물어보셨는데, 부모님이라도 환자 정보를 알려드릴 수가 없어서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내가 병원 예약 시간을 알려주지 않고, 혼자 다녀오겠다고 하니, 아빠가 엄마를 시켜 병원에 물어보라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아빠는 늘 그런 방식으로 나를 살피셨다. 결혼 전, 내가 친구들이랑 놀다가 늦을 때도 엄마를 시켜 언제 오냐고 물어보셨고, 자취를 하거나 결혼을 하고도 종종 식사는 잘했는지, 잘 챙겨 먹는지, 잘 있는지도 엄마를 통해 물어보셨다.


하지만 내가 암 진단을 받은 뒤로 아빠는 달라지셨다.

내게 밥은 먹었는지, 산책은 했는지, 직접 물어보셨다.


아빠는 엄마처럼 울지도, 걱정되고 슬픈 마음을 드러내지도 않으셨지만, 아빠는 아빠만의 방식으로 나를 걱정하고, 말 없는 사랑을 보여주셨다.


아빠는 유튜브로 매일같이 자궁내막암에 대해 알아보셨고, 암에 좋은 음식이나 좋지 않은 음식들을 정리해 두셨다. 엄마가 음식을 준비할 때도 "그거 딸한테 안 좋아" 하시며 말리셨고, "설탕이 암의 먹이래"라며 내가 군것질을 경계하도록 먼저 일러주셨다.


엄마, 아빠가 유튜브를 보며 적어뒀던 암에 좋은 음식들



내가 집에 갈 때마다 소고기를 사두시고, 돈 걱정 말고 좋은 거 사 먹으라며 여러번 용돈도 보내주셨다.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보다 오히려 엄마, 아빠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내 마음은 무너졌다. 안 그래도 스스로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못난 딸이라 여기며 죄책감 또는 부채감을 느끼며 살아왔는데, 작년에 남동생까지 장가를 보내고 올해는 더욱 편히 즐기고 계신 두 분의 오붓한 퇴직 생활마저 내가 깨뜨렸다며 자책했다. '내 딸은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딸이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내가 어떤 모습이든 그저 내 건강과 행복만을 바라시는 엄마, 아빠.


어릴 땐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빠가 그저 서운했었다. 다정하고 친구 같은 아빠를 둔 친구가 부럽기도 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으며 사람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아빠의 그런 성향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말 없는 아빠의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빠는 언제나 아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오셨고, 그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이제는 안다.


아빠에게 기대하는 표현이,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더이상 실망하지 않는다.

말 없는 사랑의 무게와 깊이를 딸은 깨달았으니, 내가 더 표현하고, 더 많이 사랑해드릴 것이다.


아빠의 사랑은 말이 없다.

말이 없어서 더 애틋하다.



암 진단 받은 후 아빠의 카톡





2025년 2월,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고, 자궁과 난소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구석구석 살펴보고, 가족들의 감사한 마음도 떠올리며 기록을 남깁니다.

네번째 이야기, 아빠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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