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잘 마치고 내원'

차트에 담겨진 담백한 마음

by 김우드

2025.10.23


지난 3월, 로봇으로 자궁적출 수술을 받기 위해 치아에 붙어 있던 금속 유지장치를 제거해야 했다. 몸 안에 금속물질이 있으면 화상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20년째 다니는 치과를 찾았다. 나의 상황을 말씀드리니, 원장님은 잘 받고 오라며 담백하게 응원해 주셨고,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오늘은 다시 유지장치를 부착하기 위해 치과에 다녀왔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 후 다른 치료 없이 회복 중이라고 말씀드리자, 원장님은 진심으로 기뻐해주셨다. 그 치과는 부부가 한 자리에서 20년 넘게 운영하시는 곳이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교정 전문이신 남자 선생님께 교정 치료를 받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랜 단골이 꽤 많다.

20년째 다니는 이비인후과,

20년째 다니는 치과,

10년째 다니는 미용실.


무언가 쉽게 바꾸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나의 성향은 어릴 적부터 이어져 온 것 같다. 나는 늘 '구몬'이라는 학습지만 했다. 아빠의 직업 특성상 이사를 자주 다녀 초등학교만 다섯 번 옮겼던 나. 엄마는 새로운 지역에 가서도 '구몬'만 시켰다. 한 번 신뢰한 것을 꾸준히 이어가는 엄마 덕분에, 나 역시 믿을만한 사람이나 시스템을 찾으면 오래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가치관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래서 병원이나 미용실은 나에게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관계'에 가깝다. 나의 학창 시절부터 결혼 후까지의 긴 세월을 함께 지켜봐 주신 분들이다. 나의 성향도 있지만, 원장님들의 따뜻함과 신뢰감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 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 치과 원장님께서 내 차트에 기록하신 내용이 계속 맴돌았다.

'수술 잘 받고 내원'

원장님께서는 차트에 담백한 '마음'도 담으셨다.


20대 후반, 나의 충치를 치료하시면서 원장님이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너 나 죽으면 어떡할래!"

수년간 이어져온 관계에서만 나올 수 있는 농담이었고, 치아를 잘 관리하라며 자식을 꾸짖는 아빠 같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잔잔하게 이어지고 쌓이는 관계.

나는 이런 관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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