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귀갓길의 여정 속에서 깨달은 것
2025.10.25
오늘은 남편과 서울 북촌에서 데이트를 하고 왔다. 주차비도 비쌀뿐더러 주변 주차장들도 만차가 예상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경기 동남부에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북촌까지 총 네 번의 버스를 갈아탔다. 오전 8시 50분에 집에서 나와 북촌에는 10시 30분쯤 도착했다. 막히지 않아도 넉넉히 2시간은 잡아야 하는 서울 나들이.
서울 토박이 남편과 친정에서는 종로까지 버스 하나로 1시간 거리에 살았던 나에게 이제 주말 서울 데이트는 꽤나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일찍 나선 덕분에 가고 싶었던 식당과 카페에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오랜만에 서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 4시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울역행 시내버스'를 타려는데, 기사님이 오늘 마라톤 행사 때문에 서울시청 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회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우리 지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만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버스 앱을 확인하니 버스는 종로와 시청 일대의 정체로 도착 예정 시간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 20분 후 도착이었던 버스는 40분이 지나서야 나타났고, 심지어 2층 버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한 뒤 집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 서울역에서 버스를 기다린 시간까지 합치면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집에 돌아오니 몸도 마음도 고단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한남, 반포, 서초, 양재, 판교, 분당, 죽전을 지나는데, 버스는 저 도시는 꿈도 꾸지 말라는 듯 아래로 아래로 더 빠르게 달렸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40분 가까이 기다리며, '교통이 좋은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그리고 교통이 좋은 곳에 살기에 어려운 현실이 잠시 서글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행복하지 않은걸까?', ’우리에게 교통이 정말 그토록 중요한 걸까?‘
최근 집을 보러 다니면서도 우리에게 '교통'은 늘 후순위였다. 우리 둘 다 운전을 하기 때문에 불편한 대중교통은 감수할 수 있었다. 교통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거실에서 산이 보였으면 했고, 마트나 편의시설보다 산책길이 있는 곳을 선호했다. 아이 없는 우리 부부에게 초등학교가 가깝다는 것도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내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여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디에 사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의 귀갓길에서 다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