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으로 이어진 우리 사이
오늘은 두 번째 정기 검진 결과를 들으러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다. 진료를 마치고 시댁에 들러 어머님과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다. 시어머니께 점심을 사드리려 했는데, 집에서 직접 월남쌈을 차려주셨다. 어느 베트남 음식점 부럽지 않은 플레이팅에 어머니의 정성까지 더해진 완벽한 식사였다.
나는 어머님의 점심에 대한 보답으로 날이 좋으니 커피 마시러 나가자고 권했다. 그러다 다시 여쭈었다.
"아니면 엄니, 이케아에서는 살 거 없으세요?”
어머니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쩜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아니. 안 그래도 스텐 냄비가 하나 필요해서 가자고 할까 말까 했었는데. 네가 힘들까 봐 말 안 했거든. 그런데 먼저 딱 얘기를 하네. 참 신기하다.
어머님댁 근처에는 새로 생긴 이케아가 있다. 추석 때 함께 다녀왔을 때는 구경만 하고 돌아오셔서 혹시나 하고 드린 제안이 이렇게 통할 줄은 몰랐다. 매장 곳곳을 함께 둘러보며 쇼핑하는 어머님과 나의 모습은, 누가 봐도 다정한 ‘모녀’ 같았다.
사실, 주변에서는 시어머니와 어떻게 그렇게 지내냐며 신기해한다. 시어머니와 단둘이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하겠다고도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머님이 좋으신 분이라서요."라고 대답했었는데, 오늘은 그 말이 어떤 마음에서 나온 건지 알게 되었다.
우선 나는 처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일명 '착한 며느리병'에 걸려 나답지 않게 더 잘하려 애쓰지 않았고, 내 속도에 맞춰 진심을 다해 다가가려 했다. 다행히 어머님께서는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셨다. 나는 전화로 자주 연락을 드리지는 않지만, 종종 오늘처럼 어머님과 둘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머님댁 셀프 인테리어를 위해 대신 알아봐 드리거나 추천을 해드리는 등 내가 잘할 수 방식으로 함께했다.
어머니께서는 내 마음의 문을 먼저 두드리지 않으셨고, 내가 스스로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내가 예전보다 자주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했을 때에도, 그 문을 함부로 여시지 않았다. 가까워질수록 더 섬세하게 거리를 지키시며, 그저 늘 그 자리에 계실 뿐이었다.
회사에서도, 친구분들과도 오랜 시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이 먼저 찾는 '인싸'이신 우리 어머님. 그 비결은 아마도 며느리에게 보여주신 것처럼 '상대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의 속도를 인정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아시는 어머님의 타고난 감각.
어머님의 태도는 며느리인 나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나도 상대의 속도를 진심으로 존중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지!
며느리가 먼저 시어머니를 찾아가게 만드는 비법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건 모든 사람의 문 앞에서 조용히 기다려주는 '존중'이었다.
2025.10.28
@keemwood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