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도 안전벨트를 맬 수 있다면

by 김우드


어제 야근한 남편을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저녁 9시 반이 넘은 시간이었는데, 명절보다도 더 꽉 막혀 있었다.


알고 보니 죽전휴게소쯤에서 버스 여러 대가 추돌되어 있었다. 정확하게 몇 중 추돌인지는 운전 중이라 확인이 어려웠지만, 죽전부터 용인 구성까지 약 6km 구간이 완전히 정체되어 있었다. 이미 구급차와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있는 걸 보니 사고가 난 지 꽤 시간이 지난 듯했다. 수십 대의 버스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광경은 생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 텐데, 기사님들도, 다른 운전자분들도, 모두 너무 힘들겠다..'

부디 인명 피해가 없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 어제 사고가 떠올라 기사가 있는지 찾아보니 5중 추돌 사고였다. 정말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었고, 승객 두 분만 경상을 입었다고 했다. 문득 최근에 봤던 여행 유튜버 서재로님의 자동차 사고 영상이 생각났다. 아프리카에서 렌터카를 몰다 차가 세 바퀴 넘게 구른 큰 사고였는데, 다행히 경상만 입으셨다. 서재로님께서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을 때, 고속도로 진입 전 승객들이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매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의 부주의나 안일함으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비극으로 만들진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주 토요일,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2층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며 반성했다.


건강도 안전벨트를 맬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라나는 나쁜 세포들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최소한 '경상' 정도로 그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보이지 않는 안전벨트 말이다.


운전할 때 당연히 안전벨트를 매듯, 건강을 지키기 위한 나만의 안전 규칙을 세우고 지켜나간다면.. 무방비로 서있는 것보다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덜 아플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그런 안전벨트를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2025.10.29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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