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갑자기 응급실로
오늘 새벽 4시. 복통으로 잠에서 깼다. 배꼽 오른쪽이 욱신거렸지만, 곧 괜찮아질 거라 믿으며 통증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잠을 청했다. 옆으로도 누워보고, 엎드려도 봤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질 뿐이었다. 결국,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에 5분 정도 앉아 있었을까. 구토감만 밀려올 뿐 토하지는 못했다. 왼쪽 팔이 저리고,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핸드폰을 겨우 손에 들어 증상을 검색해 보니 ‘맹장염‘과 비슷했다. 거울을 보니 입술이 하얘지고, 식은땀이 나며, 얼굴엔 피가 통하지 않는 듯 창백했다. 화장실에서 침실로 돌아가는 길에도 쓰러질 것처럼 어지러웠지만, 겨우 중심을 잡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남편은 놀라 잠에서 깼고, 나는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안정을 취하려 했는데, 다행히 통증이 조금씩 잦아들어 구급차는 부르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옷을 겨우 챙겨 입고 집 근처 응급실로 향했다. 가는 내내 불안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혹시 맹장이면 어쩌지?’, ‘올해 암 진단에 맹장까지..?’ 무서움이 밀려왔다.
응급실에 도착해 최대한 차분하게 증상을 설명했다. 안내받은 침대에 누워 수액과 진통제를 맞았다. 피검사와 엑스레이 결과는 최소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진통제 때문인지 통증이 점점 희미해졌고, 앞에 앉아 내 손을 잡고 있는 남편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날 서울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자정이 넘어 잠이 들었는데, 채 다섯 시간도 못 자고 응급실에 앉아 있는 남편. 올해 내내 남편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피검사와 엑스레이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계속 가스가 나오는 걸 보니, 전날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은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다시 심해지면 맹장염일 수 있으니 바로 내원하라”라고 당부하셨다.
우리는 새벽 6시가 넘어 응급실을 나섰다. 동이 트기 시작한 고요한 거리를 달려 집에 도착했다.
사실, 응급실로 향하는 차 안에서 문득 ‘오늘 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침대에 누운 채 남편과 함께 이동할 때는, 일곱 달 전 수술실로 들어가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역시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렇게 행복했는데, 몇 시간 만에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인생은 참 예기치 않지만, 그래서 더 살아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생각했다.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아찔했던 새벽이었다.
2025.11.09
@keemwood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