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보다는, 쉬어 가자
지난 9월, 코로나에 걸린 뒤로 컨디션이 한동안 떨어졌다. 빠르게 걷는 것 외에는 운동을 거의 쉬었다. 두 달 가까이 운동을 하지 않고 지내니, 암 진단을 받기 전처럼 건강을 지키지 않고 나태하게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유 모를 두려움이 확 밀려왔다.
오늘부터는 다시 '숨이 차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러닝은 허리와 무릎이 안 좋아 어려울 것 같아 계단 오르기를 하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 20층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10층이 넘어가자 다리의 경련이 느껴졌고,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때까지는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다.
하지만 15층이 넘어가자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고, 숨이 거칠어졌다. 그래도 끝까지 호흡을 다스리며 2-층까지 올라갔다.
20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참아도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 혹시나 20층에 살고 계신 분께서 나오기라도 하면 민망할 정도였다. 다행히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다.
힘들었지만 '심폐지구력도, 다리 근력도 나쁘지 않아!' 하며 스스로를 칭찬했는데, 집에 들어오니 갑자기 속이 약간 울렁거렸다.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했다. 이내 하품이 쏟아지며 졸음이 밀려왔다. 오랜만인데 너무 무리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한 번에', '쉬지 않고'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있었다. 오르다 힘들면 잠시 쉬면 어떻고, 한 번에 오르지 못하면 어떻다고. 누가 시킨 것도,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또 홀로 경기를 뛰고 왔다.
이제 '쉬지 않고'라는 단어는 내 인생에서 지워야겠다. '쉬지 않고' 보다는 힘들면 '쉬어 가자'.
나를 코너로 몰지 말자. 숨 쉴 구멍은 남겨두자. 때론 지친 내가 잠시 머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공간을 마련하자. 잠시 나답지 않게 멀리 갔다가, 돌아올 길을 잃지 않도록. 무엇보다 나를 잃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