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야 '천천히 회복해'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아버님의 말씀

by 김우드

자궁내막암으로 수술 후, 퇴원한 다음 날 집에 잘 돌아왔다고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었다.


사실 결혼을 하고 아버님께서는 단 한 번도 나에게 전화를 하신 적이 없으시고, 여러 경조사나 가족모임 등이 있을 때는 주로 어머님과 소통을 했기 때문에 아버님과는 통화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이날 아버님과 가장 오래 통화를 했는데, 이때 아버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아버님, 저 집에 왔어요."

"요양병원에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요양병원에 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수술 후 내 컨디션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며 아버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통화가 마무리될 때쯤,


"아버님~ 빨리 회복해서 아버님, 어머님 뵈러 갈게요."

"아니, 빨리 말고 천천히, 천천히. 며느리는 성격이 급하잖아. 그러지 말고, 안 와도 좋으니 천천히 다 회복하고 와."


아버님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사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말들도 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곤 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빨리 회복해', '빨리 나아'라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불편하지 않은 말이지만, 한껏 예민해져 있었던 당시에는 '빨리'라는 단어는 작은 압박처럼 느껴지며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나도 빨리 낫고 싶고... 빨리 회복하고 싶지. 그게 내 마음처럼 되나?' 하며 응원의 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옹졸해진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회복의 시간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만 멈췄다고 느끼며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 같다.


그때 아버님께서 해주신 '천천히 회복해'라는 말씀은 당시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위로였던 것이다.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전처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얼른 건강해져야겠다는 조바심도, 다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회복에만 전념해도 괜찮다고, 지금은 나 자신만 생각하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다.


목이 메고, 눈물이 나는 것을 겨우 참고 아버님과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아버님께 이 이야기를 눈물 없이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때, '천천히 회복해'라는 말씀이 저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고.


그리고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은 결코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짧고, 담백한 말 한마디가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남는다.


'이쁜 며느리'라고 처음 말씀해 주신 날. 마음 표현에 서툰 분이라는 걸 알기에,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 안에 담긴 아버님의 걱정과 응원의 마음은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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