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수다쟁이 남편
나에게만큼은 수다쟁이가 되는 남편.
남편의 주변 사람들은 남편이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못 말리는 수다쟁이가 된다.
남편은 회사에서 돌아오면 꼭 내 옆에 붙어서 그날 있었던 일들을 쏟아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듯이ㅡ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땐 내 옆에 서서,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는 문 앞에 서서 말을 건다. 할 말이 가득하다는 눈빛을 하며.
주로 상사나 유관부서 사람들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 혹은 팀 내에서 있었던 웃긴 에피소드들이다. 회사에서부터 '집 가면 말해줘야지!'하고 결심하고 온 사람처럼 어찌나 생생하게 기억하며 말을 해 주는지! 사실 나는 그 상황에 없어서 별로 웃기지 않을 때도 있는데, 남편은 ‘웃기지 않은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라며 선수를 치기도 한다. 가끔은 같은 팀 사람들의 가족 이야기까지 들려줘서, 한 번 뵌 적 없는 분들에게 내적 친밀감이 쌓일 정도다.
어젯밤, 남편은 야근을 하고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와 바로 씻고 침대에 누웠다. 당연히 바로 잠들 줄 알았는데, 졸음이 잔뜩 깃든 눈으로 또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내일 회식 메뉴는 갈매기살이야. 여기 간다네."
남편이 보여준 식당은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 이야기를 꺼냈고, '아직 서로 모르는 게 있었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얘기가 끝나자, 남편은 팀장님의 소개팅 이야기, 스트레스를 주는 직원 이야기까지 한참을 이어갔다.
“근데, 남편 안자? 야근해서 피곤할 텐데 얼른 자야지.”
남편은 그제야 시간을 보더니 베개를 고쳐 베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금세 고단한 얼굴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남편의 얼굴을 보다가 나도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여전히 서로에게 나눌 얘기가 많다는 사실은 지갑에 지폐가 가득한 것처럼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건, 우리 사이에 단단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절대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우리 둘만의 조용한 대나무숲이 만들어진 셈이다.
오늘 하루의 이야기 역시, 오늘도 둘만의 대나무숲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