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뭘 잘못한 게 아니에요.'

자책 대신 받아들이는 태도

by 김우드


전날 자정 전에 잠들었는데도, 어제 아침에는 이상하리만큼 몸이 무거웠다. 하루 종일 허기가 지고 단 게 당기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허기진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고구마 한 개를 더 먹고, 귤을 몇 개나 순식간에 까먹었다. 분명 위는 꽉 찼는데, 계속 뭔가 먹고 싶은 느낌. 평소엔 배가 부르면 수저를 단번에 내려놓는 나인데, 호르몬이라는 파도를 타면 속수무책으로 폭식하게 된다. 호르몬이라는 건 새삼스레 신비롭고도 무섭다.


이유 없이 너무 피곤하고, 먹는 걸 멈출 수가 없는 느낌. 이 증상은 딱 '생리 전 증후군' 같았지만, 나는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남아 있는 오른쪽 난소는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여성들이 흔히 겪는 그 증상까지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왔다. 최근엔 특별히 무리한 일도 없었는데, 왜 이럴까 싶은 마음에 괜히 심란해졌다.


'몸이 신호를 줄 때는 빨리 움직여야지.' 싶어,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얼른 산부인과에 가기로 했다.


어젯밤 폭식 때문인지 오늘 아침엔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 듯 불편했다. 아침은 거르고 따뜻한 보리차로 속을 달랬다.


예약 시간에 맞춰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9월 이후 두 달 만의 방문이었다. 늘 그렇듯, 원장님께서는 다정하게 맞아주셨고, 내 증상을 차근차근 들어주셨다. 역시나 방광염과 질염이 다시 온 상태였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라 최근 관련 환자가 특히 많아졌다고 하셨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우리가 뭘 잘못한 게 아니에요."


그 말에 순간 뜨끔했다. 이런 증상이 생기자마자, '내가 또 무리를 했나?' 하며 자책을 했던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내신 듯했다. 그 한마디에 상황이 별일 아닌 것처럼 가볍게 느껴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무엇이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자꾸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만 찾으며 나를 탓하기보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감기처럼 가볍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다시 한 번 배운 하루였다.


2025.11.27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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