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은 아프지 않기를

갑작스러운 친구의 소식 앞에서

by 김우드

2008년에 친해져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한 살 어린 친구가 있다. 몇 년간 연락이 뜸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얼마 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사이. 우리는 서로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맡았고, 결혼 후에도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종종 안부를 챙기며 담백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오늘 낮, 뜬금 없이 친구에게서 부재중 전화 2통이 와 있었다. 놓치고 나서 카톡을 남겼더니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 자궁경부암 국가검진 받으러 산부인과에 갔는데, 난소암으로 보인데."


순간 멍해져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먼저 그 길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더 침착하게 들어줘야 했는데, 이미 눈물은 흐르고 목이 메였다.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니, 어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 난소에 암이 의심된다는 말만 들었고, 자세한 설명도 없이 두 달 뒤 초음파로 모양 변화를 본 뒤 필요하면 혈액검사를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두 달이라니.

'암'이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두 달을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환자의 마음을 조금도 배려하지 못한 처사에 화가 치밀었다.


나는 내가 진단을 받았던 병원을 추천했고, 예약까지 대신 잡아주었다. 친구도 불안한 마음으로 회사에 반차를 내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가 끝난 뒤 연락이 왔다.


원장님이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시며 안심시켜 주셨다고, 그리고 난소에 암처럼 보이는 돌출된 부분은 나팔관이 부은 것일 수도 있다는 다른 가능성도 이야기해주셨다고 했다. 혈액검사도 바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래, '암으로 보인다'라고만 말할 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 해주는 것이 당연한게 아닐까. 그 덕분에 친구는 조금은 불안을 덜고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일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친구의 소식을 듣는 순간, 내가 처음 '암'이라는 말을 들었던 날이 트라우마처럼 떠올랐고, 잠시 동안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손과 발끝이 시렵고, 집 안 공기마저 그날과 비슷하게 느껴져 더 그랬다. 당시의 감정과 분위기, 모든게 다시 되살아났다.


암 진단을 받은 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같이 산부인과와 유방외과 검사를 꼭 받으라고 했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기에, 그들이 그 길을 걷게 된다면 나 역시 다시 그 시간을 겪는 것처럼 아플 것만 같았다.


부디 아니기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겪은 아픔을 아무도 겪지 않기를.


다음 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피가 마르는 시간이 흐를지 알지만, 친구가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을 보냈으면 한다.


나 역시 그 결과만을 바라보며 오늘을 지나보낸다.


2025.11.28

@keem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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