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트루릴리젼 청바지

부끄러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

by 김우드


트루릴리젼.

15년 전쯤 유행했던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다. 당시에도 가격이 20~30만 원을 훨쩍 넘었고, 나도 그 청바지를 미국 유학 시절 구매해 세 벌이나 가지고 있었다. 두 벌은 오래전에 정리했고, 사진 속 청바지만 아까워서 아직 가지고 있었다. 사이즈도 23이라 그런지, 맞는 분이 거의 없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팔리지 않았다.


이 브랜드를 보면 미성숙했던 20대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내가 입는 것이 곧 나의 가치'라고 믿었다. 미국 유학을 갔다고 집이 잘 살았던 것도 아니었다. 공무원이었던 아빠는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기에는 형편이 넉넉지 않았음에도 무리해서 나를 보내주셨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용돈으로 트루릴리젼 청바지를 사 입으며, 주변의 부유한 유학생 친구들처럼 보이고 싶어 했다.


지금의 나는 예쁜 것, 좋은 것, 편한 것ㅡ 무엇이든 '나'가 중심이 되지만, 그때의 나는 모든 기준이 외부에 있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비싸 보이는 것들을 걸치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시절이다. 자존감은 낮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늘 갈증이 있었다.


한동안은 그런 적 없던 척, 지금의 내 모습이 예전부터 쭉 이어져 온 것처럼 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담담히 털어놓게 된 건, 이제는 그 시절의 나도 나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끄러웠던 과거의 나를 내가 외면한다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의 간극은 결코 좁혀지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그런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건지도 모른다. '그때 그 생각은 옳지 않았어'라고,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 있던 트루릴리젼 청바지를 정리하며, 철없던 시절의 나도 흘려보냈다.

과거의 나를 떠나보내는 일은, 결국 지금의 나를 더 또렷하게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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