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기록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지 70일이 지났다. 100일 동안 매일 쓰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 한편엔 “안 되더라도 일단 해보자”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가을을 지나 이제는 오방난로를 옆에 두고, 때때로 손을 비벼가며 글을 쓰는 겨울이 찾아왔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암 진단 이후, 나의 경험을 기록하던 블로그에서 배려가 없거나 광고성 댓글에 지쳐 브런치로 옮겨왔고, 운 좋게 한 번에 심사에 통과했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매일 고민한다. 외출이 늦어지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그냥 자 버릴까 망설였던 적도 많다. 그래도 하루를 돌아보며 어떤 문장이라도 쓰기 시작하면, 생각과 감정들이 기다렸다는 듯 손끝으로 모여든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오늘의 문장들이 화면에 차곡차곡 쌓이고, 나는 그것들을 다시 읽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다듬어 ‘발행‘을 누른다.
이 기록들은 사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계속 쓰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아해서. 아무리 피곤해도 끝내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끈질긴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암 진단 이후에는 무엇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필요했다. 안정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는데, 그때 내가 선택했던 것은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글을 쓰며 나는 나의 기록에 스스로 치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 속 긍정적인 다짐처럼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여전히 표현이 부족하고, 어딘가 매끄럽지 않아 한계를 느낄 때도 많지만, 나는 그냥 꾸준히 나답게 쓰고 있다. 12월 31일까지 이어간다면 매일 글을 쓴 지 100일이 된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 나에게 어떤 변화 생길까 궁금했는데, 지금 확실히 느끼는 변화는 '속도'다. 쓰고 다듬는 시간이 분명 전보다 짧아졌다.
변화라는 것도 남들이 인정하는 기준일 필요는 없다. 내가 느끼는 변화가 속도뿐이라고 해도 충분하다. 한 가지는 확한 건, 앞으로도 나는 나를 위해 기록할 것이라는 것. 기록은 나를 살리고, 나를 치유하며,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다.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