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하게 된 우리집

작은 여유의 힘

by 김우드

요즘 우리 집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공간마다 아쉬운 점은 물론 있지만, 구석구석 시선이 가고, 부족한 대로 예뻐 보인다. 자가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건 가구 배치, 식물, 액자 같은 소품의 변화뿐이지만, 나는 이 작은 변화들에서 얻는 만족과 즐거움이 꽤 큰 사람인 것 같다.


지난가을까지만 해도 집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서, 임장을 다니며 하루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는 마음도 희미해졌다.


요즘 왜 이렇게 우리 집이 좋은 걸까.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조금 찾은 것 같다.


오늘은 청소기를 밀다가 헤드 브러시를 교체해 좁은 구석까지 쌓인 먼지를 싹 청소했다. 내친김에 솔 브러시로 바꿔 선반 위 먼지까지 청소하고, 그대로 블라인드에 쌓인 먼지까지 털어냈다. 사실, 결혼하고 이렇게까지 청소를 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평소에 청소를 꼼꼼하고 부지런히 하는 편이 아니다. 보이는 곳만 겨우 하거나, 미루고 미루다 주말에 몰아서 하곤 했었다.


수술 후에는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없어 내 몸 하나 돌보는 것 외에는 모른 척하며 지냈다. 촬영하는 공간만 겨우 정돈되어 있을 뿐, 그 외의 공간에는 물건들이 지저분하게 쌓여있었다. 안 쓰는 물건들은 점점 늘고,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만 가는 모습은 그것대로 또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여름이 지나고 체력이 어느 정도 돌아오며 조금씩 안 쓰는 물건들을 비워내니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요즘은 매일 아침이나 낮에 청소기를 미는 것이 루틴이 됐다. 작년에는 이 시간조차 아까워 ‘경제 활동‘과 관련된 일을 최우선으로 했었는데, 사실 10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사실 생각보다 별것이 아니었다.


일어나자마자 침구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고 룸 스프레이를 뿌리는 일. 거실에 나와 창문을 열고 인센스나 향초에 불을 붙이는 일. 식사 후 10분 정도 청소기를 미는 일. 접시나 컵을 바로바로 치우는 일 핸드크림을 챙겨 바르고, 자기 전에 발 뒤꿈치에 바세린을 바르고 잠드는 일.


매일 청소기를 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건, 나에게 심적인 여유가 정말 많이 생겼다는 의미다.

작년까지는 정말 그 정도의 여유도 없었으니까.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조건 독서를 하고, 대충 식사를 마친 뒤 '경제 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해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이 가장 생산적인 일상이라 믿으며 살았다.


그런 내가 단 5분이면 충분한 이 여유 속에서 비로소 일상의 미학을 찾고 있다. 달마다 달라지는 태양의 고도, 이로 인해 아침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집 안 햇빛의 위치, 햇살에 만들어진 모빌 그림자, 구석구석 청소 후 느껴지는 상쾌함.


주말에 가구 배치와 잔잔한 크리스마스 데코로 변화를 준 우리 집 거실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는 행복했다.


2025.12.09

@keenwood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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