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로 살아가는 나
지난주부터 쇼핑몰 운영을 다시 시작했다.
퇴사 후, 나의 취향을 오롯이 담아 오픈한 인테리어 소품 쇼핑몰 '수에르떼하우스'.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멈췄어야 했던 올해 2월. 암 진단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은 뒤, 나는 진행하고 있던 모든 걸 멈췄다. 잘 먹고, 잘 자는 일. 원초적인 것에만 몰두하려고 애썼다.
수술 후에도 제품 광고나 SNS운영, 신제품 업로드는 완전히 중단한 채, 광고 없이 오늘의집 후기 등의 경로로 들어오는 주문만 처리하며 그저 '유지'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10개월 만에 SNS에 주력 제품 재입고 소식을 전했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어 상시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 한 달에 3~4회, 3~4일 오픈하는 식으로 운영 방식도 바꿨다.
언젠가 나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쇼룸 오픈을 꿈꾸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새로운 도전과 브런치를 포함한 지금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쇼핑몰 운영의 비중을 최대한 조화롭게 맞춰보려 한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집에 재고를 쌓아두고 판매할 예정이다.
오늘은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들어온 주문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입력하고 송장을 출력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주문량에 송장 페이지도 여러 장. 괜히 기분이 좋았다.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은 느낌.
택배 박스에 쇼핑몰 상호명이 각인된 도장을 하나씩 찍고, 택배 박스를 미리 접어 차곡차곡 쌓아 둔다. 주말 동안 주문받은 수량의 모빌을 꺼내 하나하나 꼼꼼히 검수하고, 포장 비닐에 넣어 다시 포장한다. 한 개 한 개 박스에 넣고 종이테이프로 봉한 뒤 송장을 붙여준다. 그리고 택배 기사님께 수거 방문을 요청드리면 끝.
N잡러.
내가 그 대열에 이미 합류해 있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로서의 수입, 다른 SNS를 운영하며 생기는 수입, 쇼핑몰 운영하며 들어오는 수입까지. 아직 회사에 다닐 때만큼은 아니지만, 수술 후 회복하면서도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어 남편에게도 덜 미안하다. 그리고 회사 없이도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둔 것 같아 스스로도 든든하다.
가장 든든한 건 우리 남편.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해주고,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에게 참 많이 감사하다.
회사 없이 살아가는 인생 n년차.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까지 앞두고 있는 내년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