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의 변화보다,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오늘 아침, 이를 닦다가 문득 거울을 보니 가르마 사이로 새치 몇 가닥이 눈에 띄었다. 길이도 대략 2~3cm 되는 새치 세 가닥. 이를 닦자마자 쪽가위를 들고와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 속 내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들춰가며 삐죽 튀어나온 새치를 하나씩 짧게 잘라줬다. 다른 머리카락이 잘리지 않게 하려면 생각보다 높은 집중력이 필요했다.
예전 같으면 족집게로 뽑아버렸겠지만, 미용실 원장님이 뽑지 말고 잘라주라고 조언하신 뒤로는 오늘처럼 보이는 곳만 조심스레 다듬고 있다. 이제는 머리카락 한 가닥도 괜히 아쉬우니까.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염색을 해본 적이 없다. 30대 초반부터 슬며시 새치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금도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늘어난 건 확실하다.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일 때마다 ‘아, 나도 나이가 들고 있구나‘하고 실감한다.
오후에는 외출하려고 작년에 샀던 헌팅캡을 쓰려는데, 왼쪽 측면의 작은 브랜드 로고 뱃지가 떨어져 있었다. 실로 꿰매보려고 바늘을 들었는데, 불과 몇 년 전과 다르게 바늘귀가 유난히 작게 느껴졌다. 몇 주 전 국가건강검진에서 시력은 좌우 모두 1.5가 나왔는데, 노안은 시력과 별개인 문제인걸까. 한참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매일 조금씩 그 변화를 스스로 체감하는 것이구나. 나도 언젠가 늙어갈 거라는 사실은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작은 변화로 실감하는 과정이 있을 줄은 몰랐다.
새치의 길이를 자르고, 바늘귀에 실 하나 넣지 못하는 내 모습에 괜스레 울적해지긴 했지만, 이런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외모 관리는 잘 되어 있어도 행동은 정작 어른답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런 어른들을 볼 때마다 내가 집중해야 하는 건 늘어나는 새치도, 주름도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지, 그 방향을 스스로 깊게 고민하는 일.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것. 그게 앞으로 나에겐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
2025.12.11
@keemwood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