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라우미 수족관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우리는 함께 버스에 올랐다. 그녀와 나란히 40분 정도 달렸을까. 수족관에 도착했다. 우리는 돌고래 쇼를 먼저 보기로 했다. 버스 안에서 수족관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찾아봤는데, 우리가 도착하고 조금 뒤 돌고래 쇼가 시작할 예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메이가 쇼를 보고 싶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족관으로 향하는 큰 길이 보였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양 갈래로 길이 나누어졌는데, 오른쪽은 수족관으로 가는 길이었고, 왼쪽은 야외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우리는 왼쪽 길을 따라 걸었다. 돌고래 쇼는 야외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았던지 공연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관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았다. 꼬마 시절 부모님을 졸라 해운대 수족관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새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바람잡이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몇 마디 실없는 소리를 했고,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메이도 웃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이크에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사회자의 모습에 내가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미안해질 때쯤, 주변이 조용해졌다. 곧 쇼가 시작될 모양이었다. 바람잡이가 무언가 말을 했고, 관중들은 다 같이 손뼉을 쳤다. 메이도 함께 쳤다. 어리둥절하게 있는 나에게 그녀는 곧 돌고래가 나올 거라고 말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수소리가 잦아들었다. 주인공이 등장할 차례였다.
영화 ‘007’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007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오프닝 시퀀스다. 아델과 샘 스미스의 노래를 들으며 총 포신 안의 제임스 본드를 마주하면, 그 자체로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돌고래 쇼도 비슷했다. 그렇게 매력적인 오프닝이 또 있을까. 바람잡이가 내려가고 사육사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단체로 인사를 했다. 그러고 일본어로 몇 마디를 하더니, 무대 앞에 위치한 풀장을 가리켰다. 모든 관객들의 고개가 풀장의 잔잔한 수면으로 향했다.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물보라 소리가 들렸다. 물 위로 돌고래가 솟아올랐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가 순서를 맞춰 점프했다. 그들은 마치 덩크 콘테스트를 하듯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공중에서 다른 포즈를 취했다. 관중들은 열렬한 박수로 주인공들을 맞이했다. 짝짝 거리는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돌고래들은 수면 위로 얼굴을 드러낸 채 환호를 만끽하더니,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한번은 좌에서 우로, 한번은 우에서 좌로. 돌고래를 따라 물보라가 일었다. 나는 그 광경을 넋 놓고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