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있었던 일

츄라우미 수족관

by 세타필

내가 고래를 좋아하게 된 건 꽤 오래된 일인데, 그 시작은 대학생 시절 다녀온 오키나와 여행이었다. 당시 친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났었는데, 불행하게도 그만 우리는 현지에서 다투고 말았다. 뭐 때문에 싸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별 쓸데없는 거였겠지. 하지만 당시에는 서로 감정이 꽤 격해져 아무도 먼저 사과하려 하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각자 보내게 되었다.


나는 고민하다 츄라우미 수족관을 가기로 했다. 여행 준비를 할 때 수족관에서 찍은 사진을 보았는데, 그 장면이 매우 기억에 남았었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을 꼭 잡고 푸른빛을 내뿜는 수조를 마주 보며 서 있는 모습.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수족관까지 가는 버스를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탈 수 있었다. 지도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겠는데? 나는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일본은 택시비가 너무 비싸.




부지런히 걸어 정류장 부근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든 버스가 그려진 푯말이 보일 거라 생각했다. 몇 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정류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글 지도는 목적지에 잘 도달한 나에게 따듯한 말을 건네주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고마웠다. 덕분에 쉽게 왔어. 하지만 아직 안도할 수는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도 버스 번호나 방향을 착각하곤 했으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마침 정류장에는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잘 됐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리는 구글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대답했다. 나를 쳐다보더니, 자신 또한 수족관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너는 혼자 여행을 왔습니까? 구글 번역기에 한글로 된 문장이 나타났다. 음, 사실 동생이랑 왔는데, 오늘 아침에 싸우고….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을 확인한 그녀는 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 투. 지금 츄라우미 수족관을 구경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나도 거기 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고 투게더.


그녀의 이름은 메이, 교토 출신이었다. 교토면 여기서 꽤 먼 데. 여행을 온 거냐고 내가 물었다.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동생이 곧 대학을 가야 하는데, 오키나와에 있는 미술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해 시험을 보러 왔다고 했다. 동생은 오늘 시험을 치러 갔고, 본인은 빈 시간 동안 수족관 구경을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음, 나도 동생이랑 오기는 했는데…. 그녀에게 조금은 다른 나의 사정을 말해주었다. 메이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더니, 자기도 동생과 많이 싸운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번 싸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한다고 했다. 나도 그럴 거라고 말했다. 그렇겠지?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미소 짓더니, 휴대폰에 무언가를 열심히 쳤다. 일본어가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그래도 덕분에 우리가 만났어요. 맞네. 그렇네. 나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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