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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민 Oct 20. 2022

새벽

땡! 공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다. 3초 간, 아니 5초 간이었나,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얼마 정도의 시간 동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 때문에 달콤한 잠에서 깨어나게 됐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음, 나는 내 방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휴대폰으로 알람을 설정하고 잠에 들었었지. 맞다. 그랬다.


소리를 바꾸든지 해야지. 매번 너무 깜짝 놀라며 일어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란 말이지. 심장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고…. 잠 깰 때마다 매번 하는 생각이다.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편 후, 몸을 일으켰다. 불을 켜고 커튼을 젖혔다. 밖은 아직도 거뭇거뭇했다. 세수를 했다. 머리는 따로 감지 않았다. 면도는 했다. 잠옷을 벗고 후드를 주어 입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향했다.


9월 말의 새벽 5시는 제법 쌀쌀했다. 그렇다고 반바지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는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으니까. 잠이 덜 깨서 그런지 걸음걸이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일단 가서 몸을 예열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 걸었다. 한 빌딩에 도착했다. 3분 걸렸나?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승강기를 세우려 위쪽 화살표를 꾹 눌렀다. 이 빌딩은 2개의 승강기가 있는데, 오른쪽 승강기는 버튼이 잘 듣지 않아서 한 번에 꾹 눌러주는 게 좋다. 잠시 후, 내 자명종보다는 약한 띵! 소리가 들렸다.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매번 느끼지만, 이 새벽에도 항상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거 아는가? 태양보다도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의 행동 양식은 예전과 같아질 수가 없다는 걸. 그렇다. 새벽의 헬스장을 처음 접한 날 느낀 감정은 나를 많이 바꿔놓았다. 정확히 어떻게 변했다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나는 많이 변했다. 사실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개운함이 배가 된다. 땀과 먼지, 각질들에 더럽혀진 몸을 씻어내면 기분이 참 좋다. 더욱 좋은 건 내 정신 또한 한 꺼풀 씻겨 내려간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머리를 털고 몸에 남은 물을 대충 닦아냈다. 문이 열린 틈 사이로 수증기가 모락모락 새어 나왔다. 밥솥 생각이 났다. 배가 고픈가 보다. 머리를 말리고 보습제를 발랐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출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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