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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민 Nov 06. 2022

관계

요새 관계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어릴적부터 그것이 참 어려웠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며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 참 쉽지 않았다.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게임을 할 때 캐릭터들의 능력치가 다른 것처럼 나는 사교성이 부족하게 태어난 것이다. 어느 캐릭터는 공격력이 좋은 대신 방어력이 약하고, 다른 캐릭터는 체력이 약하지만 속도가 빠르다던가 그런 것 처럼 말이다.


게임에서는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면 능력치를 일정하게 향상시킬수 있다. 키우고 싶은 방향대로. 하지만 나는 게임 캐릭터가 아니었다. 나이를 먹고 학교에 진학을 해서도 관계를 이루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문제는 참 고약하게도 사교성이라는 것은 청소년기에 너무나 중요한 능력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난 학창시절 내가 검수를 마치지 못한 채 출시되어버린 상품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 마지막 볼트를 조이지 않은 채 출시되어 너무 쉽게 고장나는 그런 상품.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그런 상품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생산자에게 항의를 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머니에게 나를 리콜 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어릴적에는 참 고민이 많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도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잡담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관계들 속에서 나는 이따금씩 불편한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살아남고자 나의 기질과는 다른 옷을 입고 살아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많은 사람들 속 진실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관계가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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