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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민 Oct 25. 2022

퇴근

아 힘들었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운전석에 앉아 후, 한숨을 한번 내뱉었다. 시동을 걸었다. 자동차는 언제나처럼 나를 환영 해주었다. 날씨가 흐리니까 운전을 조심하라고 한다.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휴대전화를 연결했다.


열심히 도로를 달렸다. 사실 계속 달리지는 못했다. 달리다가, 섰다가, 기어가다가. 다시 섰다가 달리기를 몇 번 반복했다. 확실히 퇴근시간에 운전을 한다는 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뭐 해야지 어쩌겠어. 집은 가야 할 거 아냐.


차와 차를 넘어 겨우 집에 도착했다. 어휴, 이 단어를 주차장의 봉이 올라갈 때마다 내뱉는다. 오늘 평소 보다 조금 늦었더니 주차할 공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지하 깊숙이 주차를 했다.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풀었다.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해제되었다. 하루가 끝났다. 양발로 구두를 대충 벗어던졌다. 비틀비틀 걸으며 가방을 침대 위로 던졌다. 그리고 나도 던졌다. 침대는 언제나처럼 푹신했다. 눈을 감아보았다. 10초만 주면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쯤은 안 씻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루쯤은 양말 신은 채로 뒹굴뒹굴해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 고민해 보니 안될 것 같았다. 그래, 씻고 자야 더 개운하지. 온몸이 거부했지만 기어코 일어섰다.


저녁엔 보통 샤워를 30분 정도 한다. 꽤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30분 내내 몸을 씻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 서서 물을 맞는다. 수도꼭지를 돌렸다.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온 물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수도꼭지를 반대로 돌렸다. 물이 그쳤다. 똑 똑 하고 바닥에 몇 방울이 떨어졌다. 확실히 씻고 나면 개운하다. 잠도 어느 정도 달아났다. 오늘은 바로 잠에 들려고 했지만,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뭘 써야 할까. 음, 지금 이 감정을 글로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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