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라우미 수족관
그때의 기억은 사진 속 한 장면처럼 나에게 남아있다. 머릿속 사진첩을 꺼내 오키나와를 펼치면 생생히 남아있는 기억. 유리 넘어 발산되는 푸른빛과 수조 속에서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상어.
우리가 쿠로시오 관에 도착했을 때가 마침 그 녀석들의 식사시간이었다. 몇몇은 차례를 기다리는 듯 천천히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었고, 몇몇은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었다. 그들은 수면 아래에서 일자로 몸을 세운 뒤, 사육사들이 준비한 음식을 입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광경은 실로 위대했다. 우리보다 몇 십배는 더 거대한 생물체의 식사를 지켜보는 것은 아바타에서 나비족을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이질적인 경험이었다. 3마리가 수조의 중앙과 좌우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은 바다라는 신전을 지탱하는 기둥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내가 수조 바로 앞까지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옆에는 메이가 있었다. 그녀도 마천루를 마주한 시골 아이처럼 고래상어를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보였다. 메이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메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 푸른색으로 빛이 났다. 바닷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이의 뒤로 물고기 떼가 지나갔다. 구름처럼 한 무리를 이루어 지나갔다. 인어공주가 생각났다. Under the Sea. OST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굳이 인어공주를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메이가 내 앞에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너무 예쁘다…. 파란빛을 만져 보고 싶어. 내가 횡설수설했다. 생각 보다 우리는 매우 가까이 있었다. 메이도 이 사실을 눈치챘을까?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내 얼굴이 터져버릴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에서 본 장면이 생각났다. 아니, 드라마였던가.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 장소에, 바닷속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바로 그 장소에, 메이와 함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했다. 함께 돌고래의 재롱을 보고, 함께 고래상어의 식사시간을 구경하는, 바로 그것 말이다. 취한 듯 머리가 몽롱해졌다. 이 기분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메이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메이가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었다.
아쉽게도 그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지, 아니면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내 이야기를 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 커다란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담아두려다 보면, 그 밖의 다른 것은 흐려지기 마련이니까. 그때 그 수족관의 분위기와, 그녀의 표정, 그리고 우리가 느낀 감정. 그것만 기억할 수 있다면 나에게 다른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