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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민 Mar 08. 2023

퇴고

쓰고 싶었던 이야기의 첫 장을 끝냈다. 사실 끝낸지는 좀 시간이 되었는데, 막상 그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기려니 어째서인지 계속 주저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고백하자면 나는 내 글의 퇴고를 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무섭기 때문이다.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머릿속에서는 정말 환상적이었던 아이디어가 막상 펜대를 잡고 현실화를 시키려 할 땐 그다지 멋지지 않아 보이는, 그런 때. 혹은 구체화를 시킨 후 다시 조망을 했을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 재미가 없어 보이는, 그런 때.


그런 시간이 나에게 찾아올까 무서워 일부러 퇴고를 피하고 있다. 게다가 나에겐 매우 그럴듯한 변명도 있거든. 일단 글을 완성시킨 후 처음부터 읽어보는 게 훨씬 더 글에 좋을 것 같다는 그런 변명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지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는걸.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받들어, 글을 완성하게 되는 날에는 심호흡 한번 하고 퇴고를 할 것을 다짐한다. 하지만 그전까지 나는 계속 전전긍긍하며 살겠지.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오늘은 어쨌든 목표한 바를 25% 이룬 것에 대한 격려를 하고 싶다.


계속 쓰자. 완성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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