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여 죽을 듯한 뜨거운 사랑, 그 빚을 져본 적 있는가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짜 무서운 사람은 누군지 아니? 사랑으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사람이야. 차가운 마음도 녹여버리는, 데여 죽을 듯한 뜨거운 사랑."
듣는 누군가는 별 이해가 되지 않아 갸우뚱거렸다. 말한 누군가는 듣는 누군가가 말귀 못 알아듣는 듯 하여 생각보다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사랑은 우리가 무섭다고 느끼는 아우라로 오지 않아. 죽일 듯한 기세로 인상 팍 쓰고 째려보면서 방울뱀 마냥 씁- 하면서 오지 않는다고. 웃는 얼굴로 너무나 달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우리게 오지. 용서하고 품어주는 눈빛으로 달려와 안아주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을 죽였어도 용서하고 안아주는 그 사랑이 무서운 거야. 그 사랑은 살인자도 무릎꿇고 눈물 흘리며 돌이키게 만들잖니? 얼마나 무서운 강력인지. 진짜 무서운 건 이런 어마어마한 사랑인거야. 사랑이라고. 난 그 사랑이 너무 무서워. 내가 감당하지 못할 크기니까. 사랑해주겠다고 오는 게 난 무섭다고. 사람들은 그 사랑의 사람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그러다 그 사랑에 잠식되면 결국 후회를 하게 되지. 괜히 만만하게 생각했구나 하며. 이런 무시무시한 사랑을 업신여기는 천박한 세상, 바보들의 행진일 뿐이야."
들은 누군가는 말한 누군가의 아리송한 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랑이 무섭다니. 사랑의 사람이 흉악한 것이라는 건지, 갑질하는 인간이라는 건지 잘 이해가 안되는 듯 했다. 아리송한 와중에 말한 누군가의 표정을 보고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말한 누군가의 얼굴에 담긴 따스함은 사랑에 빚졌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무섭다고 얘기하면서 왜 따스함이 담기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들은 누군가는 그 빚을 자기도 져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만만찮은 생각이 스쳤다. 오래 전 사랑의 빚을 졌던 누군가가 로마에 편지한 이 내용도 함께.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