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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사이 Jan 13. 2024

무지로 바라본 우주는 공포스러운 암연일 뿐

‘우주전쟁’을 읽고

우주전쟁(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임종기 옮김)


<코스모스>를 읽던 중(p221), 19세기말 20세기초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지를 다루며 이 책을 소개하였기에 펼쳐 들었다.

화성 생명의 존재를 피력한 ‘퍼시벌 로웰’과 생명 존재 가능성 ‘0’라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결론은? <코스모스>에서.


<우주전쟁>은 1898년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로, 최고의 SF고전으로 알려졌다.

2005년 톰 크루즈 주연으로 영화로도 개봉했는데,

당시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와 더불어, 사냥하듯 사람을 잡는 외계인과 붉게 물든 대지가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웰스는 당시 붉게 물든 화성을 상상하며,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빌어 지구인의 잔혹한 살상과 정복욕, 오만함을 비판했을 테다.

지구 대지 위를 푸르른 초목이 덮고 있듯, 화성 표면에는 붉은 잡초가 퍼져 있다.

붉은 잡초는 물이 있는 곳이라면 순식간에 대지를 덮을 정도로 빠르게 자라난다. 지구는 삽시간에 잠식당한다.

금은, 보석, 비단, 향료 등 값진 물건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압도적 무기를 앞세워, 식민지들을 차례로 피로 물들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한편, 외계인이 타고 있는 촉수 달린 로봇과 열광선(레이저?)은 과학 발전의 어두운 이면을 예견한 듯하다.


책 보다 앞서 영화를 보았기에, 책의 중반부 이후는 영화 속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르며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영화에서는 깊게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책을 통해, 훑어둔다.


천문학자 오길비의 말은 확신에 차 있다.

“화성에 인간 같은 생물체가 존재할 확률은 백만분의 일이야” p19

그러나, ‘백만분의 일’은 로또처럼 누군가에게는 희망이겠지만, 주인공에게는 꿈도 꾸지 못한 절망이다.


깊게 파인 구덩이에는 원통형 우주선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래된 지구의 피부에 독화살처럼 꽂혔다’ p62


외계인의 돌격에 집과 생명은 갈라지고 찢긴다.

소식을 들은 근교 사람들은 서로를 밀쳐내며 북쪽으로 달아난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고통의 그림자가 서려 있었고 공포가 그들을 뒤쫓아오고 있었다’ p170


살아남았지만, 이미 절망에 빠진 포병은 새로운 생태계를 인정하고 만다.

오만하고 쾌락에 젖은 인간들의 세상은 끝나고, 모두 가축처럼 사육되고 잡아먹히리라.

‘원숭이가 우리에게 하등동물로 비치는 것처럼 지구에 사는 인간도 외계인에게는 그렇게 비쳤으리라.’ p14


이야기 속 외계인의 끝이 허무하진 않다.  

‘그 침공은 퇴보의 결정적인 원인인 미래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을 빼앗아갔고 인류의 과학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 복지 개념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

p309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알았으니 준비할 테다. 조만간 다시 올 수 있다.


20세기 이후의 역사는 웰스의 생각대로 된 것일까?

확실히, 외계인을 쓸어버릴 만큼 가공할 만한 무기는 만들었기에 다행(?)이다.

어쩌면, 칼 세이건의 다음 의문에 대한 딱 좋은 미봉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외계에서 우주인들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우리는 현재 지구 곳곳에서 진행 중인 군비 경쟁의 당위성을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코스모스> p650


‘외계인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 (곳곳에서 각자도생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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