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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사이 Nov 03. 2024

우주에서 보낸 초대장, 잊고 있던 나의 존재

바쁜 일상 속에서 느낀 우주의 숨결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보내는 요즘.

일일이 열거하여 되새김질할 여유조차 없지만,

문득 예쁜 들꽃 하나가 가슴속에 파고들듯 어느 하루의 경험은 깊은 생각으로 이어진다.


기억을 추억으로,

먼저 밑그림을 그리고 가볍게 채색한다.


맑은 밤하늘엔 별꽃들이 펼쳐지고,

어둠에 잠긴 땅 위엔 옹기종기 텐트들이 수줍은 불빛을 낸다. 붉은 모닥불 피어오르니 마시멜로 굽는 아이들의 웃음꽃, 덩달아 환해진다.

자못 서늘해진 공기가 오히려 반갑다.


11월의 천문 캠프.

천문학자들과 함께 한 맑고 짙은 밤하늘.

밤하늘을 사유하는 철학자들이 곁에 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랴. 감성이 충만한 하룻밤의 추억은 우주마저 선명하게 품는다.


별을 보고 싶은 소망이 하늘에 닿아 구름 길이 열린 걸까. 카시오페이아자리로 북극성을 찾아내고 페가수스자리를 알아본다. 가깝지 않은 직녀성과 견우성에 안타까움 달랠 틈도 없이, 우주 철학자가 밝은 목소리로 부른다. ’어서 이리로 와서 보세요!‘

천체 망원경은 이미 저 멀리 별꽃을 비추는 현미경이 되어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목성과 토성이 렌즈 안에서 작고 선명하게 살아있다. 두꺼운 허리띠를 두른 토성은 그의 가장 큰 친구인 타이탄과 이야기를 나누고, 구름 사이 밝은 점일 뿐이던 목성은 옆에 늘어선 위성 친구들에게 멋진 줄무늬 옷을 뽐낸다.

 

그동안,

작은 시멘트 집 안에서, 도로 사이에서, 공장 속에서, 도시 속에서, 대한민국 속에서 일개미처럼 평면을 살아내던 내가 어느새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의 품 안에서 유영한다. 부드러운 솜털에 폭 파묻힌 듯한 포근하고 따스한 감정의 풍요로움으로, 비로소 내 심장은 살갗 너머 세계의 본질과 이어진다.

우주가 나를 초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별빛은 심장으로 들어와 갈 곳을 잃는다.

‘아직도 눈을 감고 살고 있구나.’

무거운 눈꺼풀을 힘껏 들어 올리니, 별빛은 우주로 되돌아간다.

저 멀리 어디선가 누군가 지구와 달이 오누이처럼 꼭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까.


아직은 ‘틈새의 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영원히.


까만 밤,

그동안 잊고 있던 나의 존재는.


지난날의 한낱 별가루가 모여,

내가 되고 네가 되고 지구가 되고 우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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