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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두부 Jan 05. 2019

낭만

답을 도저히 알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긴 고민없이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보통 좌절을 먼저 느낀다. 존경이나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전에.


어제 멀어졌던 친구와 2년 만에 만났다. 서로 친하다 여긴지 15년은 지난 놈이다. 며칠 전부터 걱정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늠이 안 됐기 때문이다.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불편한 사실을 마주할 수도 있다.


음식점에서 휴지를 뜯으며 이런 자리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은 '아직 낭만이 있네, 좋겠다' 라고 말했다. 조금 이상한 말이었다. 중 고등학생이 싸운 게 아니고 30살끼리 의절했다가 만나는 상황이니 낭만하고는 거리가 멀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다 불편한 자리로 향했다.


마치 웃음 참기 대결을 하는 것 같았다. 멀어진 2년 동안 만나면 한 대 쳐버릴 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막상 마주보고 앉으니 순식간에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때도 진지함은 어색했다. 개드립을 치고, 욕하고, 헛소리를 해대는 게 자연스러웠다. 근데 상황이 상황인만큼 서로 심각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물론 정말로 진지했지만, 결코 다시 회복될 수 없는 것과 되돌릴 수 있는 것, 그리고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했지만, 한 켠에서는 분명 웃겨 죽으려 했다. 결국 몇 시간을 못참고 우린 웃었다.


결국 낭만이 될 거란 걸 어떻게 안 걸까. 그게 어딘가는 깨져버린 것이더라도. 좌절 비슷한 감정은 털끝 만큼도 안 든다.


2019.1.5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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