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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Oct 25. 2021

10월 25일 월요일

가을 지나 겨울로 가는 길목

1.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이 다시금 목전에 와있다. 주말 사이 마음을 잘 가다듬었고 이제 묵묵히 그 순간을 기다린다. 그저 건강하기만 바랄 뿐이지 뭐.


2. 기념일

남편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여러 가지 기념일이 생겼다. 처음 사귀기로 한 날, 혼인신고 한 날, 결혼식 등등. 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엔 모든 좋은 날을 좋은 명분 삼아 매 년 여행 다니기 바빴다. 겨울엔 여름으로 여름엔 겨울로 부지런히 다니며 최선을 다해 기념일을 챙겼다. 어차피 우리 둘에게 의미 있는 날들이니 우리 둘이 즐겁고 행복하면 됐다.


올해 연애 기념일은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난 보복 여행(aka 초가을 주말 일정) 계획들이 모두 끝난 후에 찾아온 지라 소소하게 집에서 된장찌개에 보리굴비를 쪄 먹었다. 대신 돌아가신 외할머니 댁에서 몇 년 전에 가져온 된장을 마지막까지 싹싹 긁어 끓인 된장찌개라고 했다.


3. 외출

지난봄 테라스에서 여유로이 브런치를 즐겼던 지인의 좋은 일을 기념해 외출을 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또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차관 곳. 그다지 먼 길은 아니었지만 생경한 풍경에 어디론가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인기라는 레스토랑에 앉아 다른 테이블에선 무슨 접시가 오고 가는지 부지런히 구경했다. 재료 하나하나 신경 쓴 느낌이 났던 곳. 다녀오자마자 파스타(만들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동력이 뛰어난 이 모임은 서울 전역을 목적지로 두고 움직이는데 이전엔 용산에서 한남 그리고 인왕산 자락까지 간 이력이 있어 조금은 예상을 했지만. 이번엔 옥수에서 시작해 광화문 어느 테라스에서 마무리됐다. 주말을 털어내어 쉼 없이 일상을 나누는 모임.


외출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집에 돌아오면서 묵직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금세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몸을 씻고 깊은 잠을 잤다. 아마도 11월엔 또다시 좋은 일들만 있을 거 같다는 막연한 기대도 조금 하면서. 봄보단 여름이 여름보단 가을이 나았으니까 아마 가을보다 겨울이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무한 우주에 순간의 빛!

디핀옥수 Deepin Oksu
페이퍼마쉐 Paper M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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