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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03. 2021

11월 1일 월요일

11월. 나는 새로워지고 말 거다.

1. 신년 계획

매 년 1월 당차게 세우던 신년 계획을 이루기 가장 좋은 달, 11월이 왔다. 책장 사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올해의 일기장을 꺼내 밀린 지난 계절의 일기를 채워야 할 때. 올 초 어떤 계획을 세웠던지 아직 알 도리는 없지만 작년과 그 지난해의 것들과 비슷하겠지.


매년 9-10 사이에  신년  컬러를 입은 몰스킨이 나오는데 올해는 아직 2022 일기장에까지 관심을 두지 못한다.  골라두었다가 12월이 지나고 사면되지 .


2. 인테리어

곧 인테리어를 시작한다. 자재 미팅을 하고 정신없이 집안 곳곳의 작은 디테일을 골라냈다. 돌이켜보니 다행인 것은 자재 미팅하는 날 역대급으로 심신 미약 상태로 진행해 의외로 무탈했다는 것.


어제 달력에 적힌 공정표를 받아 들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신문기사를 보다가 올해 수능일과 겹치는 공사일정을 발견했다. 더 정확히는 수능 전날 엄청난 소음과 함께 철거를 시작하는 일정. 수능날 출근도 늦추고 듣기 평가가 있는 시간에는 비행기도 멈추는 날인데 인테리어로 미래 이웃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어 고민됐다.


인테리어 카페에 보니 아니나 다를까 마스크에 집 앞 스터디 카페 비용을 지급하는 사람들도 대다수. 수능 일주일 전에 다니던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일 텐데 스터디 카페를 끊어줄 수도 없고 해서 인테리어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듣자마자 그럼 하루씩 미루자고. 하루만 미루면 된다고 흔쾌히 말씀하셔서 바로 짐을 덜었다. 인테리어란 여러 의미에서 새로운 세계인 건 확실하다.


3. 매거진적 허용

오늘 수요일인 것 나도 알고 있다. 이번 주는 너무 정신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지난 주말로 거슬러보면 병원 진료받고 자재 미팅 후에 이삿짐 업체 미팅 그리고 저녁 약속. 게다가 이틀 모두 저녁 외식으로 이미 지친 상태에서 월요일도 저녁 약속. 어제는 필라테스라는 나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와서 뻗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손톱 뜯지 않기 같은 계획을 세우는 데 올해는 처음으로 월요일기를 금요일기쯤으로 미룰까 고민했다. 결국 11월이 다 되도록 월요일기를 쓰고 있지만. 월요일은 그냥 단어만으로도 피곤하지만 월요일만큼 일기가 맛깔난 요일도 없는 것 같다.


4. 11

새로운 달이 시작되고 남편과 차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해 우리에게 일어난 많은 변화를 돌이켜보았다. 하나하나 나열할 만큼 큰 일들과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얽힌 시간들. 올해만큼은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이 정말 딱 반반으로 나뉘었던 것 같다. 모든 좋은 일에 그늘이 따라붙었고, 모든 그늘에 이윽고 좋은 일이 이어졌다.


11월 나는 조금이지만 정말로 새로워졌다. 흔들리는 나를 가장 가까이서 잡아주고 지탱해 준 나의 가족을 마음 깊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사랑하기로 했다.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는 지도.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잘 버텨내고 극복한 건 나의 가족들 덕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구보다 건강하고 밝은 마음의 내가 되어야지. 우선 건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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