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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15. 2021

11월 15일 월요일

간만에 휴가를 냈습니다

1. 불평불만부터 하고

이직을 하고 가장 큰 변화는 주말근무인데 나를 괴롭게 하는 건 사실 거기에서 오는 ‘비자발적인 동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 직장의 경우 항공사의 특성상 24시간 365일 잘 돌아가면 본전 문제가 생기면 언제고 막아야 했기 때문에 지금보다 업무의 긴장성이 높긴 했지만서도. 주말 출장이나 초과근무 같은 경우 ‘자발성’을 기반으로 조율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출장 앞뒤로 짧더라도 반드시 여행을 붙였고 초과근무는 조기출근으로 가급적 해치웠다. 내 바이오리듬에 그게 제일 잘 맞았기 때문에. 즐겁게 해치웠다.


지난 6개월간 크고 작은 아니 길고 짧은 주말근무를 비교해보면 주로 비대면 일정이라 집에서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되어 부담이 크진 않았지만 그 외 대면 일정은 수당과 시간 같은 부수적인 보상을 제외하고 오로지 ‘비자발성’에 미뤄봤을 때 거의 고난의 시간. 주말 이틀을 2배로 늘려 쓰는 내적 배짱이 외적 개미인 나에게 사실은 큰 고난이다. 일 하고 수당 받으면 좋지 않냐고? 일 안 하고 수당도 안 받고 쉬는 게 난 더 좋다.


여튼 그나마 월요일 오전 징징거릴 여유가 생긴 까닭은 오랜만에 월요일 휴가를 냈기 때문이고 날씨도 맑고 남편도 곁에 있으니 점심 뭐 먹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니, 오늘 이만하면 좋은 날이네.


2. 집을 샀다

오늘 오전 집을 샀다. 아니 잔금을 치렀다. 남편은 이른 아침부터 계약서 더미를 챙겨 부동산에 갔다. 등기인가 뭔가를 쳤다고 했다. 정말로 집을 사고야 말았다.


오전 내내 남편은 부동산 여러 곳과 통화를 마치고 법무사를 만나고 주민센터에 들르고 은행에 서류를 제출했다. 그 와중에 급하게 받았던 대출도 여러 건 빠르게 상환했다. 생전 예민한 구석이라곤 없이 늘 순하고 평온한 남편의 가장 바쁘고 가장 정신없는 날들 중 하루가 될 것 같다. 고생했어 고생 많았어.


3. 디즈니플러스

지난주 대대적으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들어오고 삼삼오오 모아 연간 이용권을 결제했다. 일요일 오전 8 교회 가기  엄마가 틀어주던 디즈니 만화영화를 언제고 다시   있다는 . 그리고 짧은 단편들이  곳에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결제의 이유는 충분했다.


지난밤 크루엘라를 봤다. (마침내!) 엠마 스톤 특유의 입모양이 너무 매력적인 데다가 영화 음악이 얼마나 멋지던지. 게다가 캐스트들 대부분이 넷플릭스와 각종 영화에서 접한 알짜배기 배우들이어서 너무 신났다. 각종 OTT 덕에 정말 많은 작품과 배우들을 알게 되고 그것이 다음 작품을 감상하는 데 폭넓은 선택권이 되어주는 것 같다. 선순환. 아침에 일어나 겨울왕국 단편을 틀었다가 황급히 껐다. 12월에 봐야지 아껴뒀다가 12월에 봐야지.


4. 외식

냉동고를 가득 채운 식재료를 보며 이번 주는 아니 다음 주는 꼭 먹겠다는 계획을 세운 게 거의 한 달이 되었건만 여전히 쌓여있는 식재료가 마음 한 켠의 짐이 되는 시절. 이사 가기 전에 다 먹어야 할 텐데 하면서도 막상 공사가 다망한 하루를 보내면 결국 외식을 하게 된다. 집 근처 김밥집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김밥을 사다 먹고, 좋아하는 횟집과 피자집에서 한 시간씩 배달을 기다려 식사를 한다. 그나마도 있다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오늘은 오랜만에 백화점에 일을 보러 갔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점에 갔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조금 과할 것 같았지만 디저트도 시켜먹었다. 디저트를 먹자마자 마법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오랜만에 홍대 언덕 자락의 또보겠지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분명 저녁 메뉴로 냉동실  연어를 정해두고 오후 일정을 시작했는데 오늘도   외식. 떡볶이에 계란 사리 그리고 버터 갈릭 감자까지 시켜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알고 보니 외식이 나의 힘인가.


(좌)까사빠보 야끼 카스테라 (우)또보겠지 버터 갈릭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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