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은 밤에 몰래 내리더라고요.
1. 눈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를 나오는데 조금 큰 빗방울을 맞았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가죽 로퍼를 신고 출근했는데. 비 오면 절대 안 되는데 하면서 부랴부랴 하늘을 올려다보니 놀랍게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요즘 눈은 밤에 자는 동안 조용히 소복하게 쌓이는 게 트렌드던데 이렇게 눈치 없이 미리 내리는 눈이라니. 그래도 눈 오는 날은 어쩐지 조용해서 좋다.
2. 운동
2022년에는 주 2회 운동하는 게 목표. 얼마 전 필라테스 회원권도 10개월 추가로 연장해뒀고 월요일이라 작심삼일 연초 계획이고 뭐고 다 접고 집에 오려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운동하고 집에 오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6개월 전 인바디와 비교해보니 몸무게 -1kg. 몸무게 변화가 많이 없는 편이라 부랴부랴 아래를 보니 다행히 근육량도 -1kg. 6개월 만에 근육량이 늘어난 걸 보니 적금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던 소소한 월급 같아서 즐겁다.
3. 2022
올해 계획은 무엇이냐. 월요 일기 빠트리지 않고 잘 쓰기, 건강한 식습관 갖기, 운동 꾸준히 하기, 나를 잘 지키기.
올해는 거의 10년 만에 몰스킨 한 권 사지 않고 새해를 맞이한다. 업무용 일정은 구글 캘린더로 전면 전환 성공했고 남편과 함께 쓰는 공유 캘린더도 구글로. 일기는 매주 브런치에 적고 있으니 음력으로 헤아려야 하는 부모님 생신을 제외하고는 딱히 몰스킨이 필요 없는 것 같아서. 물론 볼펜을 골라가며 꾹꾹 눌러쓰는 매력은 없지만 지난 1년의 월요일이 궁금하면 브런치에 들어와 쉽게 찾아 읽을 수 있어 참 좋다.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전자책
두어 달 전부터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한아뿐부터 시작해 어린이라는 세계, 지난주와 이번 주에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권을 연이어 읽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길어지면서 하루 이틀이면 책 한 권을 뚝딱 읽을 수 있는 데다 은근 시간이 빨리 가서 만족스럽다. 집에 책을 더 사서 넣지 않아도, 책을 넣을 큰 가방을 굳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독서량은 알음알음 늘어가는 전자책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고.
김 부장 이야기는 지난가을부터 여러 플랫폼에서 소개되고 있어 눈여겨보던 책인데 희망도서로 신청해두었다가 부랴부랴 빌려 읽고 있다. 부동산 이야기가 가미된 현대판 미생 같은 느낌. 김 부장 / 권 사원, 정 대리 / 송 과장 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뻔한 꼰대, 역시 뻔한 젊은 직원들, 가장 드라마틱하지만 사실은 재미없는 중간 관리자의 순으로 이해하면 된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친구에게 추천했고 남편에게도 소개해 책을 다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전자책 앱을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대출하는 책들을 볼 수 있는데 코딩 관련 책이나 투자 지침서 같은 것들이 가장 많다. 독서는 무릇 소설로 시작해 소설로 끝나는 게 인지상정인데 다들 독서도 참 재미없게 하는구나 싶었다
5. 인테리어
작년 연말 나의 유일한 목표이자 바람은 인테리어를 끝마치는 것이었고 (그도 그럴 것이 9월 말 집을 매수하자마자부터 12월까지 인테리어 업체 선정부터 실제 공사까지 장장 4개월을 매달렸다) 남편은 나의 바람을 12월 31일에 이루어주었다.
주요 하자는 모두 처리했고 실리콘 처리나 소소한 몇 가지 정비할 것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가장 속 썩였던 거실 바닥 돌출부는 비용으로 정산해 할인받기로 했다. 인테리어란 나의 가장 섬세한 부분에서 시작해 집에서의 여러 순간을 어떻게 잘 (돈으로) 마무리하는지에 달려있는 과정이었다. 밥을 ㄱ자 부엌에서 차릴지 ㄷ자 부엌에서 차릴지, 욕실에 일자형 샤워기를 달 지 손잡이를 납작한 걸로 바꿀지 같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인테리어 기간 동안엔 작은 것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괴물 같은 시간.
모쪼록 인테리어가 끝나고 잘 먹고 잘 살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