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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03. 2022

1월 3일 월요일

요즘 눈은 밤에 몰래 내리더라고요.

1. 눈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를 나오는데 조금 큰 빗방울을 맞았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가죽 로퍼를 신고 출근했는데. 비 오면 절대 안 되는데 하면서 부랴부랴 하늘을 올려다보니 놀랍게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요즘 눈은 밤에 자는 동안 조용히 소복하게 쌓이는 게 트렌드던데 이렇게 눈치 없이 미리 내리는 눈이라니. 그래도 눈 오는 날은 어쩐지 조용해서 좋다.


2. 운동

2022년에는 주 2회 운동하는 게 목표. 얼마 전 필라테스 회원권도 10개월 추가로 연장해뒀고 월요일이라 작심삼일 연초 계획이고 뭐고 다 접고 집에 오려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운동하고 집에 오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6개월 전 인바디와 비교해보니 몸무게 -1kg. 몸무게 변화가 많이 없는 편이라 부랴부랴 아래를 보니 다행히 근육량도 -1kg. 6개월 만에 근육량이 늘어난 걸 보니 적금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던 소소한 월급 같아서 즐겁다.


3. 2022

올해 계획은 무엇이냐. 월요 일기 빠트리지 않고 잘 쓰기, 건강한 식습관 갖기, 운동 꾸준히 하기, 나를 잘 지키기.


올해는 거의 10년 만에 몰스킨 한 권 사지 않고 새해를 맞이한다. 업무용 일정은 구글 캘린더로 전면 전환 성공했고 남편과 함께 쓰는 공유 캘린더도 구글로. 일기는 매주 브런치에 적고 있으니 음력으로 헤아려야 하는 부모님 생신을 제외하고는 딱히 몰스킨이 필요 없는 것 같아서. 물론 볼펜을 골라가며 꾹꾹 눌러쓰는 매력은 없지만 지난 1년의 월요일이 궁금하면 브런치에 들어와 쉽게 찾아 읽을 수 있어 참 좋다.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전자책

두어 달 전부터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한아뿐부터 시작해 어린이라는 세계, 지난주와 이번 주에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권을 연이어 읽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조금 길어지면서 하루 이틀이면   권을 뚝딱 읽을  있는 데다 은근 시간이 빨리 가서 만족스럽다. 집에 책을  사서 넣지 않아도, 책을 넣을 큰 가방을 굳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독서량은 알음알음 늘어가는 전자책의 력인 것 같기도 하고.


김 부장 이야기는 지난가을부터 여러 플랫폼에서 소개되고 있어 눈여겨보던 책인데 희망도서로 신청해두었다가 부랴부랴 빌려 읽고 있다. 부동산 이야기가 가미된 현대판 미생 같은 느낌.  부장 /  사원,  대리 /  과장 편으로 나뉘어 있는데 뻔한 꼰대, 역시 뻔한 젊은 직원들, 가장 드라마틱하지만 사실은 재미없는 중간 관리자의 순으로 이해하면 된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친구에게 추천했고 남편에게도 소개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전자책 앱을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대출하는 책들을 볼 수 있는데 코딩 관련 책이나 투자 지침서 같은 것들이 가장 많다. 독서는 무릇 소설로 시작해 소설로 끝나는 게 인지상정인데 다들 독서도 참 재미없게 하는구나 싶었다


5. 인테리어

작년 연말 나의 유일한 목표이자 바람은 인테리어를 끝마치는 것이었고 (그도 그럴 것이 9월 말 집을 매수하자마자부터 12월까지 인테리어 업체 선정부터 실제 공사까지 장장 4개월을 매달렸다) 남편은 나의 바람을 12월 31일에 이루어주었다.


주요 하자는 모두 처리했고 실리콘 처리나 소소한 몇 가지 정비할 것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가장 속 썩였던 거실 바닥 돌출부는 비용으로 정산해 할인받기로 했다. 인테리어란 나의 가장 섬세한 부분에서 시작해 집에서의 여러 순간을 어떻게 잘 (돈으로) 마무리하는지에 달려있는 과정이었다. 밥을 ㄱ자 부엌에서 차릴지 ㄷ자 부엌에서 차릴지, 욕실에 일자형 샤워기를 달 지 손잡이를 납작한 걸로 바꿀지 같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인테리어 기간 동안엔 작은 것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괴물 같은 시간.


모쪼록 인테리어가 끝나고 잘 먹고 잘 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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