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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y 10. 2022

5월 9일 월요일

이른 휴가를 보낸 후 맞이한 월요일의 일기

1. 휴가

입사 1년 만에 이 정도면 좋다는 마음이 들었던 가장 처음의 순간이었다.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를 내고 마음껏 휴일을 늘려서 보낼 수 있는 자유로움 같은 것 말이다. 예전 직장생활에서는 대부분의 휴일을 대부분의 휴가로 자연스럽게 바꾸어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이직이란, 새 직장이란, 그 익숙한 자연스러움을 참아내는 시간을 포함한다는 것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물론 이후의 일정들에 주말 근무를 비롯한 밀려드는 업무들이 있긴 했지만 휴가를 보내고 오니 왠지 모든 일을 기꺼이 해낼 수 있겠다는 무용한 자신감이 생긴다.


휴가 내내 오전엔 아침을 챙겨 먹고 산책을 하고 바다에 앉아 햇볕을 쬐었다. 오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정들이었다. 4일 내내 맑았던 날씨 덕에 팔과 다리가 잔뜩 타버렸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휴식의 모양이었기 때문에 그저 잔뜩 신이 났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고도 우리가 좋아하는 해변에 앉아 쉬는 것만으로 이렇게 충만한 휴가라니. 바다에서 받은 에너지로 5월도 잘 보내봐야지. 잘 버텨내야지.


2. 멜로망스

멜로망스 신보를 100번 정도 들은 것 같다. 말 그대로 백번. 신보가 나온 날부터 지금까지 앨범 전곡을 들으면서 어느 가사에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어느 연주에는 하염없이 멍을 때리게 되는 노래들. 도대체 노래를 왜 이렇게 잘하는 건지. 그리고 왜 노래에서 미소를 잔뜩 머금은 가수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지. 하여튼 웃겨.


3. 집

어제 남편이 갑자기 네이버 부동산 링크를 보내왔다. 아무 생각 없이 열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누군가의 집이었다. 우리가 가장 원하던 남향 그러니까 아파트를 에워싸고 있는 작은 공원을 내려다보는 그러니까 온 거실을 그 아름드리 숲을 들일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 순식간에 그 집에 빠져든 우리 부부는 바쁜 와중에 짱구를 굴렸지만 예상대로 큰 방법은 없었다. 그저 계속 부러워하며 집을 구경하는 수밖에.


오늘 아침 거실에서 출근 전 짧은 여유를 즐기고 있노라니 이미 우리 집도 낮은 나무의 끝자락이 흩날리며 참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이 집에 올 때도 나무가 보인다며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참 사람 마음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4. 운동

이번 주의 일정. 회식 3번, 운동 2번, 주말 근무 2일.

잘 먹고 잘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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